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 속인 보증계약…엇갈린 세입자 보호 판결
SBS Biz 우형준
입력2024.09.27 17:44
수정2024.09.27 17:44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속여 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인 세입자가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엇갈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서근찬 부장)는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 5명이 HUG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지급 요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 5명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임대인과 보증금 1억2천500만∼1억6천만원으로 각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 중인 2023년 3월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자신의 건물 임대차와 관련한 임대보증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이 과정에서 다른 임차인 2명의 보증금 1억2천500만원을 2천만원인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만들어 임대보증을 받았습니다.
건물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돈과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의 총합이 건물 가치를 넘을 경우 보증계약이 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속인 것입니다.
5개월 뒤 임대인의 전세 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HUG는 임대인이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을 알게 됐고,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보증금 계약이 취소됐다고 통지했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재판부는 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올해 5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최지경 판사가 전세 사기 피해자 1명이 HUG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HUG가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정반대의 결론을 낸 것입니다.
두 판결이 엇갈린 것은 현재 '보증 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하급심이 법적 성질을 달리 봤기 때문입니다.
HUG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판결은 보증계약을 성질을 보험법상 '보증보험'으로 봅니다.
이 경우는 설사 임대인이 HUG를 속여 보증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세입자가 보증보험 계약의 담보적 기능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HUG에게 책임이 없다고 본 이번 판결은 보증계약의 성질을 '제삼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봅니다.
제삼자를 위한 계약에서는 세입자가 계약의 연장선에 있는 수익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효가 되면 보호받지 못합니다.
해당 재판부는 "사기나 허위의 조건으로 체결된 보증계약의 경우에도 HUG가 세입자에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면,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무조건 지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결과여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HUG에 따르면 현재 이와 유사한 소송은 13건이 더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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