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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빅컷'…경제 살릴 수 있을까?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9.27 10:40
수정2024.09.27 11:08

[앵커]

중국 인민은행이 '빅 컷'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서 내놓은 각종 경기 부양책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자 화끈하게 돈을 풀기로 했는데요.

은행 지준율과 정책금리를 함께 낮추는 복합적인 '칵테일' 처방으로, 경제 활력을 살려보겠다는 겁니다.

'과연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그만큼 중국 경제는 현재 응급실이 아니라, 장기적인 중환자실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한나 기자와 중국 경제 상황, 그리고 이번에 나온 부양 패키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중국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용부터 정리해 보죠.

[기자]

지난 화요일이었죠.

중국 3대 금융감독 수장들이 이례적인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준율을 조만간 0.5% 포인트 낮춰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 약 190조 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사흘 뒤에 예고한 대로 지준율 인하가 단행됐고요.

지준율은 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을 뜻하는데요.

이 수치를 낮추면 그만큼 은행들이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풀 수 있어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습니다.

인민은행은 또 정책금리인 7 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역레포 금리도 현재의 1.7%에서 1.5%로 0.2% 포인트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기유동성지원창구, MLF 금리는 0.3% 포인트, 그리고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 LPR과 예금금리는 최대 0.25%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주택대출 금리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을 통해 평균 금리가 약 0.5% 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신설 등 증시 부양책도 내놨습니다.

[앵커]

이번 발표에 일단 시장은 환호했죠?

[기자]

부양책이 나오자 중화권 주요 주가지수는 4% 넘게 급등했습니다.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는 "이런 즉각적인 반응은 확실히 긍정적이고 이번 조치는 이전의 조치들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중국의 이번 부양책이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원자재 시장도 출렁였는데요.

국제유가는 물론이고, 구리, 철광석 가격이 모두 올랐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기 가늠자로 평가받는 구리는 중국의 발표 다음 날 전일 대비 2.6% 오르면서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앵커]

시장은 환호했지만, 부양책에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기자]

최근 중국 금융당국의 부양책 흐름을 보면요.

2022년 4월과 12월, 그리고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 포인트씩 낮췄습니다.

그럼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올해 2월에는 인하폭을 0.5% 포인트를 키웠고요.

그리고 이번에 또 0.5% 포인트 인하에 나선 겁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5% 안팎'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건, UBS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당장 지난달 주요 경기 지표도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8월 소매판매, 산업생산은 모두 예상치에 못 미쳤고요.

부동산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가계 자산은 18조 달러, 약 2경 4 천조원 가량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는 지난 2분기까지 1999년 이후 최장인 다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최우선 지표로 청년실업률이 꼽히는데, 이 수치가 특히 안 좋죠?

[기자]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도시지역 16~24세 실업률은 18.8%로 1.7 % 포인트 상승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찍었는데요.

앞서 중국 정부는 작년 6월 학생을 포함한 청년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발표를 일시 중단하고 슬그머니 학생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학생 제외 실업률마저 기존 지표의 턱밑까지 온 상황이라, 실상은 더 심각하게 나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심각하군요.

이번 부양책은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선 신중론이 나옵니다.

타임폴리오애셋매니지먼트는 "중국의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중요한 중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이라면서도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네틱시스 증권은 "조처가 조금 늦었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선 더 낮은 금리 환경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은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주톈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경제학 교수 역시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한층 명확한 방향이 나왔지만, 이것만으로는 확실히 불충분하다"면서 "재정 정책, 특히 중앙정부 지출과 차입도 강화해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사, 수익성 저하에 처한 여러 사업체가 직면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까요?

[기자]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와 부동산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대대적인 부양책에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부양책을 썼다가 공기업과 지자체의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부채가 급증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정부가 부동산 등 핵심 분야에 유동성 수혈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시장에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기존 대비 큰 폭의 유동성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결정적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시진핑 주석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국 경제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언급했다고요?

[기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 주재로 현재 경제 상황을 분석·연구하는 회의를 열었는데요.

중앙정치국은 회의에서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결코 변화가 없지만, 현재 경제 운영에는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어려움을 직시하고 자신감을 다지며 경제 사업을 잘해 나간다는 책임감과 긴박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9월에 열리면서 경제 현안을 다루는 중앙정치국 회의는 이례적인데요.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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