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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 경제학자 "문케어 실패, 비급여 때문…전면 급여화해야"

SBS Biz 이광호
입력2024.09.26 15:13
수정2024.09.26 17:40

이전 정부의 건강보험 핵심 정책이었던 '문케어'의 실패 이유가 비급여 때문이며 전면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26일) 보험학회 등에 따르면,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보험학회지를 통해 <문 케어로 인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김대환 교수는 논문에서 "앞선 연구들은 문케어로 인한 재정 악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면서도 "정작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실패 또는 성공했는지 등은 연구된 바 없다"며 연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대환 교수는 지난 2018년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된 학자입니다.

실패한 보장률 상승
문케어는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이 보장하도록 전환하는 정책입니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진행됐습니다. 

문케어 시행으로 과거 접근이 어려웠던 고가 의료를 받게 되면서 혜택이 늘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반대로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료 남용과 전체 의료비용 증가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김대환 교수의 분석 결과, 문케어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시 건강보험의 보장률(환자의 총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중)은 목표치였던 70%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문케어 정책이 본격화된 2018년을 기준으로, 4년 전인 2014년 57.7%였던 보장률은 시행 4년 뒤인 2021년 59%로 2.3%포인트 올랐습니다. 

보장률은 2018년 57.9%를 기록한 뒤 조금씩 상승해 2020년 59.7%까지 올랐지만, 2021년에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건강보험 부담과 환자 개인 부담, 비급여 의료비 등을 모두 합친 1인당 연간 의료비(위 표의 D)는 1.8배 뛰었습니다. 액수로는 102만5천원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GDP는 1.3배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경제 규모보다 전체 의료비 상승 속도가 훨씬 가팔랐습니다. 

총 의료비가 급증한 가운데 보장 비율은 지지부진했으니, 당연히 환자의 실질적 부담 액수는 커졌습니다. 

환자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합친 의료비는 2014년 53만3천858원에서 2021년 93만7천726원으로 40만원 넘게 늘었습니다. 

논문의 수치와 정부가 발표해 온 보장률 수치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두 집계의 장단점이 있지만, 정부의 집계 방식은 표본 중 대형병원이 많아 의원급에서 이뤄지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소득자 비급여에 좌우된 보장률
보장률이 개선되지 않은 원인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간 탓이라고 논문은 짚었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이 강화되는 혜택도 주로 고소득자가 누렸고, 이들이 다시 새로운 비급여로 눈을 돌리면서 보장률이 떨어졌습니다. 
논문은 조사 대상의 소득을 4개 구간으로 나눴습니다. 

이 중 하위 25%(Q1)의 보장률은 2014년 64.1%에서 문케어 시행 직전인 2016년 저점을 찍고 차차 상승했습니다. 이후 2020년 정점을 찍고 분석 마지막 해인 2021년 65.3%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의 변화는 컸습니다. 상위 25%(Q4)의 보장률은 2015년 48.4%로 저점을 찍은 뒤 2018년부터 뚜렷하게 상승해, 2020년 54.8%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해인 2021년 뚝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논문은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시행 시 비급여의 비중이 높았던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혜택을 본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1년의 보장률 하락은 고소득층의 비급여율이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2021년은 백내장 수술이 급증했던 시기로,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실손보험을 통해 수술을 받으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논문은 비급여와 실손의료보험 구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김 교수는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 비급여를 급여화하더라도 여전히 비급여가 시장에 남아 있고, 새로운 비급여가 만들어지며, 특히 그 비급여의 가격은 공급자가 원하는 대로 책정하다 보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험금에 대한 심사 기능이 없는 상태로 의료비를 실비로 보장하는 건강보험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실손의료보험이 유일하다"며 "심사 기능이 없는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이라기보다는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수거해 의료공급자에게 의료비를 전달해 주는 자금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료공급자가 원하는 진료비를 보상해 주는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해 의료공급자는 비급여가 상대적으로 많은 분야로 집중되는 등 의료행위 심사체계 부재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도 초래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비급여 통제해야…전 의료 급여화"
이런 연구 결과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개혁을 둘러싼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의료개혁의 중심 의제가 의대 증원으로 쏠리면서 잠시 뒷전으로 밀렸지만, 정부가 개혁안 중 하나로 제시한 혼합진료 금지 계획에도 논문과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혼합진료란 급여 의료를 하는 과정에서 비급여 의료행위를 함께 하는 것으로, 무분별한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 일본에서는 금지돼 있습니다. 

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비급여 의료의 급여화를 제안했습니다. 

미용이나 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를 급여화하고, 새로운 의료행위도 모두 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겁니다. 

대신 건강보험의 부담 비율을 최저 0%에서 최대 80%로 차등화해, 부담 비율이 낮은 의료행위는 실손보험이 보장하게끔 하자는 구상입니다. 

이런 급진적인 방식이 어렵다면 최소한 보험회사들이 실손보험금 지급을 위해 비급여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게 김 교수의 제안입니다. 

김 교수는 "의료행위는 인간이 행하는 경제행위 중 공급자와 수요자의 정보비대칭이 제일 심한 시장"이라며 "정부가 이렇게 많은 의료행위의 가격결정권 등을 공급자에게 방치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가격이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고, 비급여 항목은 신의료기술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의사협회가 정부의 비급여 통제 강화 계획에도 반발했던 만큼, 논문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마주하게 될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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