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돈 빼는 외국인…한 달 새 10조 팔아치웠다
SBS Biz 조슬기
입력2024.09.26 10:06
수정2024.09.26 10:06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글로벌 증시 유동성 확대 기대 속에서도 국내증시에서 한 달 사이에 10조 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들어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일관된 매도 전략을 취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최근 한 달(8월26일~9월25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6천967억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들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무려 24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증시 반등을 주도했습니다.
코스피가 당시 2천900선에 육박하자 증권가는 연내 3천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지난달 5일 국내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 이후 외국인들은 순매도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기조에 종지부를 찍으며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했을 때도 외국인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내증시 저평가 문제 해소를 위해 마련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나왔던 지난 24일과 이튿날인 25일에도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증권가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처럼 매도 전략을 취하는 것은 엔화 강세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 위험 자산에 투자해오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7월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인상하며 엔화 가치가 오르게 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수익률이 하락해 투자 자산을 처분하고 빌린 엔화를 갚는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어서입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일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지만,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도 외국인투자가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탑2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두 종목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로부터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른 매도에 가까운 보고서가 추석 연휴 기간 공개되며 외국인들의 거친 매도 공세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투자 의견 하향 리포트 이후 실제로 외국인을 포함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 모두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 영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가 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구조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위험 요소로 부각된 부분이 없지 않고, 미국처럼 인공지능(AI)를 필두로 한 혁신 기업이 부족한 점도 국내증의 경쟁력과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부진의 주요 원인은 이른바 G2 경기 불안"이라며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 공포가 유입됐고, 중국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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