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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전공의' 구속 때문?…신상공개 사이트 갱신 중단

SBS Biz 문세영
입력2024.09.21 17:36
수정2024.09.21 17:38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 명단을 만들고 게시한 전공의가 구속된 가운데,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이트가 갱신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근무 중인 의사의 실명을 공개한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사이트에 전날 "추가적인 업데이트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이제 리스트를 고정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해당 아카이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일부 수정된 상태로, 여전히 근무 중인 의사와 학교에 남은 의대생들의 이름이 버젓이 공개돼 있습니다.

운영자는 "어느 정도는 (아카이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언론에 소개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갱신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악의적 실명 공개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의사 증원 등을 추진 중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명단을 잘못 올렸다가 삭제한 점을 거론하며 "가정의학과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아서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도 토로했습니다.

그는 위 같은 이유를 들어 갱신 중단에 대한 설명을 마쳤지만, 이번 결정은 전날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 씨는 전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습니다. 블랙리스트 작성·게시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감사한 의사' 아카이브 운영자도 이용자들에게 '보안 가이드라인'을 안내했습니다.

그는 "(아카이브) 링크를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댓글 등 국내 사이트에 올리면 안 된다", "제대로 된 가상사설망(VPN)과 익명 네트워크 토르(Tor)를 같이 써야 한다" 등 지침을 안내하면서 이를 어기는 건 '저를 잡아가 주세요'라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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