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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연차 가능할까…'상사' 괴롭힘은 어떻게?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9.20 10:53
수정2024.09.20 11:12


#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반차를 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회사 규정상 연차휴가는 하루 전날 신청하도록 돼 있다"면서 승인을 해주지 않았어요. 급하게 중요한 일이 있어 꼭 연차를 써야 하는데, 승인을 받지 않고 연차를 쓰면 제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을까요?
일을 하다보면 갑자기 연차휴가를 신청할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회사로부터 연차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연차를 절대 쓸 수 없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근로자는 회사의 승인 여부와 관계 없이 원하는 날짜에 연차를 쓸 수 있습니다. 또 회사는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20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생활노동법률 70선'을 공개했습니다. 중노위 설립 70주년을 맞아 노동법을 쉽게 이해하고 분쟁 예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고부터 임금체불까지 총 70가지 쟁점을 담았습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미승인 연차 사용시 징계 여부'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연차를 사전에 신청해 부서장 승인을 받고 사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는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근로자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연차휴가를 신청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청한 연차휴가는 회사의 승인 여부와 관계 없이 근로자가 원하는 날짜에 쓸 수 있습니다. 이를 이유로 회사가 근로자를 징계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연차를 사전에 신청하기만 하면 회사는 무조건 연차 사용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보면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연차를 쓰도록 하는 것이 해당 사업장의 업무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히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 불이익 등이 초래될 것으로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노위 관계자는 "연차는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자가 원하는 날짜에 연차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근로자도 연차를 쓴다면 회사 규정에 따라 미리 신청함으로써 본인의 연차로 인한 동료들의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한 헤어샵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는 저보다 나이가 10살 많고 경력도 더 오래된 팀원이 있는데요. 어느날 그 팀원이 저에게 "고장난 열펌기계를 직접 가져다 버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왜 그런 메일을 보낸 것인지 물어보려고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는데 팀원은 자신이 나이가 더 많고 경력이 길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팀장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미치겠다"고 했어요. 저는 이 팀원보다 직책이 높은데, 저도 팀원으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직장내 괴롭힘 행위자보다 직책이 높아도 직장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야 성립합니다. 여기서 '우위성'이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행위자가 직위·직급체계상 상위에 있지 않더라도 나이·성별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관계의 우위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 판단에 있어 단순히 상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괴롭힘 행위가 발생하게 된 경위 ▲당사자 및 직장동료들의 관계 ▲직장내 영향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행위자가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우위성이 있는지 특정 요소에 대한 사업장 내 통상적인 사회적 평가를 토대로 판단하되, 관계의 우위성은 상대적이므로 행위자와 피해자 간 이를 달리 평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 나온 팀원은 팀장보다 나이가 10살 더 많고 근무경력이 길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보다 직책이 높은 팀장의 지도 및 감독권한을 무시하며, 오히려 팀장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노위 판단입니다.

중노위 관계자는 "직장내 지위가 아닌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도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행위자가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관계의 우위는 연차, 근속년수, 직장내 영향력 등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활노동법률 70선'은 중노위 홈페이지(//nlrc.go.kr)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고 이달 책으로 출간돼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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