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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일단 쥐고 간다…삼성에겐 악재?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9.20 10:46
수정2024.09.20 14:28

[앵커]

다음 이슈입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이 결국 살아남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야심 차게 도전했던 파운드리 사업을 떼내어 자회사로 분사하고, 해외에서 진행 중인 공장 건설은 일제히 중단하기로 했는데요.

이번 구조조정 계획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경쟁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인텔의 구조조정 계획, 하나하나 뜯어보죠.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건가요?

[기자]

먼저 존폐 위기에 내몰린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면 돌파를 택한 건데요.
 
구체적으로 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 부문을 둘로 나눠, 완전한 자회사로 분리할 예정입니다.

이미 올해부터 파운드리 실적을 별도로 공개해 왔는데, 주요 외신들은 분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공개, 즉 증시 상장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독일과 폴란드 공장 프로젝트는 2년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 제조 프로젝트 역시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제품군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택했는데요.

그간 AI 흐름에 올라타보고자 GPU부터 자동차, 통신용 칩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간소화하고, 등한시했던 주력 제품, CPU 리더십을 먼저 지키기로 했습니다.

[앵커]

파운드리 사업 매각 대신 분사를 결정한 이유는 뭔가요?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벼랑 끝에 몰린 인텔이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데에는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퍼스트, 자국 반도체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는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에 발맞춰 애리조나 공장 지원금 명목으로 200억 달러, 우리 돈 26조원의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데 이어서, 미국 국방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최대 3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아마존도 힘을 보태고 나섰는데요.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 맞춤형 반도체 설계에 공동 투자하고, 인텔의 1.8 나노 공정에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용 AI 칩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인텔은 그간 파운드리 선두 TSMC와 삼성보다 먼저 첨단 1 나노급 공정에 진입하겠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정작 인텔 제품을 사겠다는 고객은 찾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최근 브로드컴의 제품을 제조하는 테스트 단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신뢰까지 잃고 있는 와중에, '큰 손' 아마존이 힘을 실어 준 겁니다.
 
[앵커]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건데, 월가에선 어떤 평가가 나오나요?

[기자]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파운드리 분사 소식이 나온 직후 인텔의 주가는 6% 넘게 상승한데 이어 이튿날도 3% 가까이 올랐고요.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의 압박 덕분에 엔비디아와 AMD 등 큰손 고객들이 물량을 맡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긍정론도 보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들도 많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인텔이 시장 논리대로 내버려 둘 수도, 세금을 더 대대적으로 투입해 살려내기에도 애매한 계륵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중 갈등 속 인플레이션 방지법을 만들고 제조 공장의 유턴을 주도한 현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당장 인텔의 실패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인데요.

앞서 짚어드린 미 국방부의 추가 보조금, 또 아마존과의 협업 역시도, 그 배경에는 현 정부의 울며 겨자 먹기식 지원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나오고요.

또 같은 맥락에서 인텔도 대선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의 미국 현지 공장건설은 계획보다 늦어질지언정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주 유권자들의 민심이 11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일단 세웠던 투자와 가동계획은 밀고 나가겠다는 건데,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에 인텔이 이들 공장을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매무새를 다듬어 매각하거나 상장 후 새로운 투자자를 영입하지 않는 한, 회생 가능성은 낮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매각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겠죠.

[앵커]

앞서 파운드리 매각 가능성이 처음 언급됐을 때,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 분사 결정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반도체의 경우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자국 기업의 몰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확고한 스탠스가, 삼성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수년간 7 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아왔는데, 인텔이 미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끝까지 보인 만큼 고객 확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테고요.

또 국가 안보 등을 근거로 미 정부가 대만 TSMC나 다른 비 미국계 기업이 아닌 인텔 파운드리를 통해 칩을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만큼,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나 MS 같은 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마음을 사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선두 TSMC와 2강 구도라고는 하지만, 3년 전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TSMC를 넘어서지 못할 만큼 격차는 여전한 데다, 가장 오랫동안 지적돼 온 설계자산, IP 보유량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선단공정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진 점도 추격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요.

또 2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 나노 공정을 내세웠지만, 수율이 20%로 TSMC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고객사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고요.

이외에 파운드리에만 매진한 TSMC와 달리 반도체와 관련해 여러 사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의 상황을 감안하면, 30년 넘게 메모리반도체 왕좌를 지켰던 인텔의 몰락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역시도 자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독립성 확보와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이번 인텔의 결정이 삼성에게 어떤 자극이 될지, 어떤 승부수를 들고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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