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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의 선택은 '빅컷'…의미와 파장은?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9.20 10:46
수정2024.09.20 14:22

[앵커]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변환기의 시작에 들어섰습니다.

미국이 긴축을 종료하고 드디어 방향을 틀었는데요.

첫 금리인하 폭은 0.5% 포인트, 꽤 과감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미국 경제가 좋다고 하는데, 왜 '빅컷'까지 필요하지?

혹시 침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냐?

이에 대한 연준의 설명은 "선제적인 대응"이라는데, 이한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0.25% 포인트냐, 0.5% 포인트냐,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는데, 결국 큰 폭으로 내렸어요.

[기자]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에서 4.75∼5%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건데요.

연준의 금리 인하 자체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격히 금리를 낮춘 이후 4년 반 만입니다.

앞서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로 높였고, 이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둔화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앞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하면서 연준도 이달 금리 인하 개시를 시사해 왔습니다.

[앵커]

처음부터 이렇게 속도를 내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미국 물가와 고용에 대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진단하면서도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제롬 파월 / 美 연준 의장: 이번 결정은 정책 기조를 적절히 재조정하면 완만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잡았고, 고용시장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빅 컷' 금리인하로 더 나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건데요.

'0.5% 포인트'가 기본 인하 속도가 아니다, 동시에 새로운 속도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이번에 빅컷을 단행한 배경은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지난 7월 회의 이후 여러 가지 지표가 추가됐고, 이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지표 가운데 고용지표가 고민이었다는 얘기죠.

하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 노동시장 흐름은 견고하다"고 수차례 의식적으로 강조하면서 빅컷이 시장의 경기침체 공포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특히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빅 컷을 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

시장이 더 헷갈릴 수도 있는 말인 것 같은데, 어쨌든 고용지표가 가장 큰 변수였던 것 같은데요.

최근 흐름은 어땠나요?

[기자]

먼저 노동부 고용보고서가 관건이었는데요.

8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14만 2천 명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이 예상했던 16만 5천 명보다 적었습니다.

문제는 6월과 7월 수치가 대폭 수정됐다는 건데요.

6월 일자리 증가폭은 17만 9천 개에서 11만 8천 개로, 7월은 11만 4천 개에서 8만 9천 개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두 달간 수정된 감소폭은 8만 6천 개에 달합니다.

실업률은 7월 4.3%에서 지난달 4.2%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왔고요.

이에 앞서 발표된 8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9만 9천 명 증가에 그쳤는데 2021년 1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 14만 4천 명을 크게 밑돈 수준입니다.

결국 미국 노동 시장의 약화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금리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놨나요?

[기자]

"노동 시장이 냉각됐고 지난 몇 달간 감소했다"며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해고가 늘고 있는데 이미 경기 침체를 피하기에는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고가 증가하고 있지 않고 그런 말을 듣지도 못했다"며 "해고가 일어날 순 있지만 그전에 노동시장을 지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연준이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면서 이제 관심은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내릴 것이냐에 쏠리게 됐습니다.

일단 연내 추가 인하는 확실해 보이죠?

[기자]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보면요.

올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4%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0.5% 포인트 내린데 더해, 추가로 0.5% 포인트 더 내려갈 것임을 시사한 겁니다.

올해 FOMC 회의가 11월, 12월 두 차례 남았으니까 0.25% 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죠.

내년에는 분기에 한 번씩 0.25% 포인트 금리인하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점도표는 전망일 뿐이고, 인하 폭과 횟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금리를 결정하면서 연준은 경제 전망도 업데이트했어요.

의미 있는 수치 변화들이 있죠?

[기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6월 2.1%에서 2%로 소폭 하향 조정됐고, 2025년 성장률은 2%로 유지됐습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6월 4%에서 4.4%로, 2025년 예측치 역시 4.2%에서 4.4%로 높아졌는데요.

파월은 현재 고용시장이 팬데믹 이전보다 덜 타이트한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감은 더 강해졌는데요.

올해 말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수 예측치는 2.3%로 6월 전망치 2.6%보다 떨어졌고요.

2025년 예상치는 2.3%에서 2.1%로 낮아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번 빅컷이 미국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음모론 같지만, 정치적인 파장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대선 전에 단행된 이번 빅컷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이 내가 연준에 있으면서 맞는 네 번째 대선"이라면서 "우리는 어떤 정치가나 정치적 원인, 정치 이슈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게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경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시점에서 누구보다 금리인하를 고대하던 해리스 후보는 이번 빅컷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고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가 매우 나쁘거나,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결정"이라며 연준의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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