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불쏘시개?…은행 주담대 절반 '대출모집인'이 유치
SBS Biz 김성훈
입력2024.09.19 09:54
수정2024.09.19 09:57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 모집인 의존도도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각에선 대출 모집인은 치열한 영업 경쟁의 최전선에서 소비자 편익에 기여하고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19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신규 전세자금 대출, 정책대출, 집단대출 포함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조135억원으로, 그중 11조4천942억원(49.9%)이 대출 모집인을 거쳤습니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가리킵니다.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중 대출 모집인을 통한 비율은 올해 1~8월 월평균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44.5%보다 5%p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 비율은 전월 대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이 -2%로 바닥을 찍은 지난 2022년 12월 36.6%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반등하는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올 들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3월(56.4%), 4월(54.3%), 6월(50.1%), 7월(50.8%) 등 넉 달 동안이나 절반을 웃돌았습니다.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올해 1~8월 월평균 9조7천816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1~8월 평균 6조5천732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대출 모집인이 끌어온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7월과 8월 각 11조9천23억원, 11조4천94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대출 건수 역시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올해 1~8월 월평균 4만5천49건으로, 전년 동기 평균 3만334건보다 50% 가까이 뛰었습니다.
5대 은행이 현재 위탁 계약을 맺은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2천994명입니다.
은행마다 최소 450명, 많게는 700명 가까운 전속 상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상담사들은 지점 창구에 발이 묶인 은행원들을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지난달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4만4천430건인 것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동안 상담사 1인당 평균 15건의 대출을 유치한 셈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은행과 대출 상담사, 부동산 중개업자의 '삼각 공생'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대출을 떠받쳐온 토대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대출 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도 높아지는 만큼 대출 모집인 제도가 엄격히 관리되지 않으면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모집 수수료는 0.5% 미만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상담사들이 대출을 직접 유치한 뒤 3년 이상 해당 계약이 유지될 경우 신규 기준 대출 잔액의 0.3~0.4%만큼을 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식이입니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11조4천942억원의 0.3~0.4%만 단순 계산하더라도 345억~460억원이 수수료로 추산됩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높은 이자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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