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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호주머니서 연달아 '펑'…'삐삐' 폭발에 레바논 아비규환

SBS Biz 김종윤
입력2024.09.18 11:13
수정2024.09.18 11:19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무선호출기 폭발 부상자를 구급차에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바논 전역에서 17일 현지시간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치면서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람들의 가방이나 호주머니, 혹은 손에 있던 호출기가 폭탄으로 변해 터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한순간에 눈과 손을 잃은 환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병원들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께부터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했습니다.

레바논 보건부는 폭발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천75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습니다.

NYT는 레바논 보건부 장관을 인용해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삐삐'로 불리며 널리 쓰였던 무선호출기는 간단한 문자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수신하는 통신기기인데, 헤즈볼라는 휴대전화가 위치추적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최근 몇 달간 호출기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폭발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자기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둔 호출기가 몇차례 경고음을 울린 직후 갑자기 폭발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습니다.

레바논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한 것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발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산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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