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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시대가 어느 땐데…자동차가 사치재라고?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9.13 16:28
수정2024.09.19 10:56

[EU서 판매 대기중 차량 (유럽자동차제조협회 웹사이트 캡처=연합뉴스)]

특정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붙는 세금, 바로 개별소비세입니다. 고가의 시계 같은 사치품이나 담배와 같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제품에 더 많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자동차'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자동차도 과거에는 사치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자동차가 필수재가 된 만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구 1.96명당 자동차 1대

17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은 총 11개입니다. 자동차 등록과 함께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공채를 제외해도 10개나 됩니다.

개별소비세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개소세는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특정 물건에 부과되는 것으로, 현재는 자동차 구입 시 차 가격의 5%입니다.

개소세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77년. 이때만 해도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국민 130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2024년은 국민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할 만큼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인 시대가 됐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천613만4천대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수가 5천127만148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1.9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입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 특별소비세로 불리던 개소세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념인데, 자동차가 사치품인가에 대해서부터 논쟁이 시작된다"며 "고급차는 사치품이 맞지만, 고급과 일반 제품의 차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예를 들어 모피, 다이아몬드 등은 사치품이라는 사회적 함의가 있지만 가전제품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반적인 제품이 됐다"며 "자동차는 국산 제품 중에서도 수입차보다 비싼 경우도 있고, 명확히 구분짓기 어려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냉장고·TV 빠졌는데…자동차는 그대로

197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천달러였습니다. 이후 국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1999년 세법을 개정해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은 개소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만큼은 여전히 사치품으로 간주되는 실정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시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과거에는 자동차를 비롯해 고가 품목에 대해 사치품으로 보는 인식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러 품목들이 오히려 생활 필수품이 됐다"며 "개소세 뿐만 아니라 취득세, 교육세 등 여러가지 세금이 같이 붙는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차나 픽업트럭 등은 세부담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수입차의 경우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개소세율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국산차는 제조비와 판매관리비 등까지 포함된 금액에 세금이 부과돼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픽업트럭은 고가의 레저용 자동차지만, 화물차라는 이유로 개소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개소세는 전기차를 포함한 승용차에만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시대착오적 과세"…제도 개선 요구 높아져 
자동차가 더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 중 하나가 된 만큼 과세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 전무는 "지금도 전체적인 세수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론 폐지돼야 할 제도지만, 지금 상황에선 단계적으로 축소시키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서도 일종의 사치품에 매기는 개소세를 자동차에 그대로 부과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은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과 취지의 과세 제도를 도입해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자동차에 부과하는 개소세를 폐지하는 것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부과 방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폐지시 세수 -1조원…"환경세 등 대안 마련해야"

지난해 개소세로 거둬진 세금은 8조8천억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344조1천억원)의 2.6%였습니다. 이 중 승용차에 대한 개소세수는 9천616억원이었습니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개소세가 전체 개소세의 10%를 넘는 셈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가피합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 입장에선 개소세 폐지가 쉽지 않은 만큼 합리적인 과세 근거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순히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교통혼잡이나 환경오염 등을 일으키는 데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힙니다.

김 교수는 "차를 살 때 누구나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과세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며 "유류세율을 개선하고 전기차의 경우 충전시 일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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