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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TV토론 '격돌'…'해리스 트레이드' 베팅↑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9.13 10:44
수정2024.09.13 11:29

[앵커]

카멀라 해리스 대 도널드 트럼프, 링 위에서 만났습니다.

첫 TV토론에서 두 대선 후보는 90분간 난타전을 펼쳤는데요.

전략적으로 움직인 해리스와 몰아붙이기의 달인 트럼프가 경제, 외교, 이민자 문제, 낙태권 등, 민감한 이슈들을 놓고 맞붙었습니다.

전반적인 평가는 해리스의 판정승인데, 평가는 평가일 뿐, 실제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죠.

어쨌든 이번 토론이 이제 50일가량 남은 미국 대선 레이스의 판세를 흔든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한나 기자와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토론이 끝나고 난 뒤, 해리스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준비를 잘했던 것 같죠?

[기자]

토론장에 입장하면서부터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바이든-트럼프 TV토론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죠.

이후 해리스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트럼프를 자극했고, 트럼프는 여러 차례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조용히 한숨을 쉬기도 했고, 웃음, 안타까워하는 눈빛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트럼프의 발언을 부정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친 민주당 성향인 CNN은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트럼프가 모두 물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트럼프 지지 매체인 폭스뉴스의 정치분석가도 "오늘(13일)만큼은 해리스의 밤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해리스가 매우 잘 준비했고 토끼굴에서 토끼를 쫓아다녔다고 말했습니다.

토론 직후 CNN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잘했다는 응답이 63%,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은 37%로 해리스가 크게 앞섰습니다.

[앵커]

주요 주제별 답변도 정리해 보죠.

첫 질문은 역시 이번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먹고사는 문제, 바로 인플레이션과 경제였는데,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경제·물가 토론은 먼저 '감세' 이슈로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공약이 "억만장자와 기업을 위한 감세"라며 미국에 적자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에 트럼프는 '관세'로 맞받아쳤습니다.

트럼프는 "부자 감세가 아닌 관세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재임기간 부당한 이득을 취한 중국 등에서 수백억 달러를 다시 찾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는데요.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미국은 전례 없는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고요.

이에 해리스는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밀어붙인 관세 정책으로 물가가 상승했다고 평가한다며 반박했습니다.

[앵커]

우리 입장에선 경제뿐만 외교 문제도 큰 이슈인데, 어떤 발언들이 나왔나요?

[기자]

해리스는 트럼프가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춘다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이용하고 조종하기 쉽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를 응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함께 일했던 군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수치스러워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트럼프도 북한을 언급했지만 결이 달랐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인용하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며 자신이 집권하면 세계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집권하면 3차 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앵커]

논란이 된 발언들도 있었죠?

[기자]

이민자 주제에서 트럼프가 기괴한 발언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는 이민자들이 우리의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먹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한 겁니다.

이 발언은 사회자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고요.

또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낙태권 이슈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일부 지역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죽일 수 있다"며 헌법상 여성의 임신 중절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연방 대법원에서 폐기된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는데요.

그러자 사회자는 "이 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 그렇게 하는 것이 합법인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앵커]

사실 낙태권 문제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데, 공방이 치열했죠?

[기자]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낙태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대통령직을 다시 맡게 됐을 때 낙태 금지 법안이 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냐는 해리스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는 계속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낙태권 이슈가 트럼프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해리스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거죠.

[앵커]

그럼 반대로 해리스를 괴롭힌 문제는 뭐였나요?

[기자]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바이든의 그림자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나는 다르다'는 걸 각인시켜야 하는데, 이번 토론에서는 비전은 제시했지만, 그걸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언급이 모자랐습니다.

트럼프도 해리스가 바이든과 다르지 않다는 걸 파고들었고요.

환경·에너지 부문에서 셰일가스 추출 기술인 '프래킹'에 반대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도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앵커]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토론 직후 해리스 지지 선언을 했는데, 이게 집중 조명을 받고 있어요?

[기자]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억 8천만 명이 넘는 팬덤을 갖고 있는데요.

스위프트가 올린 해리스 지지 선언문만 봐도 5시간 만에 '좋아요' 약 600만 개가 달렸습니다 영향력이 큰 만큼 트럼프도 이에 즉각 반응을 했는데요.

트럼프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에 대해 "아마도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스위프트의 앨범 등을 외면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입니다.

[앵커]

토론 이후 관련주는 어떻게 움직였나요?

[기자]

토론 다음날 이른바 '해리스 트레이드'는 탄력을 받았고, '트럼프 트레이드'는 불이 꺼지는 모습이었는데요.

현지시간 11일 뉴욕증시에서 태양광·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가 대체로 상승했고요.

엑슨모빌·셰브론을 포함한 석유·천연가스 기업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또 '친트럼프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도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달러도 약세를 보였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예상되는 재정 지출 확대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어, 달러 가치 약세는 역으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 약화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대선이 이제 50일가량 남았는데, 두 후보가 또 한번 맞설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차 TV토론은 물 건너갔습니다.

이번 토론 직후 해리스 캠프에선 "2차 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추가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트럼프는 "세 번째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바이든 대통령과 한 차례, 이번 해리스와 한 차례를 끝으로 더 이상 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거죠. 잃을 건 많고, 얻을 게 없다는 결론으로 해석됩니다.

두 후보는 앞으로 경합주를 중심으로 부동층 흡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TV토론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47%, 트럼프가 42%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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