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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표절 시비' 도마…법원 대신 '게이머'가 나선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4.09.11 11:29
수정2024.09.11 18:24

[사진=아이언메이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과 중소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의 1년 넘에 이어진 소송에 다시 '표절 시비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3N·2K로 불리는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모두 표절 시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가운데 법원 대신 게이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어제(10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저작물 인정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앞서 넥슨은 과거 신규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 P3' 개발 팀장으로 있던 A씨가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팀원들과 회사를 떠나 아이언메이스를 세운 뒤 빼돌린 자료를 기반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넥슨은 어제(10일) A씨가 넥슨에서 징계해고를 당하기 직전 깃허브(Github)에 업로드한 'P3' 소스 코드를 증거로 들며 'P3'가 '다크 앤 다커'가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면에서 동일한 게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 앤 다커'에 'P3'엔 없던 여러 새로운 요소가 들어갔으며, 넥슨 측이 유사하다고 지적한 요소들은 이미 다른 게임에도 있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의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한 뒤 모바일 게임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을 연내 글로벌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번 판결이 하반기 크래프톤의 '다크 앤 다커 모바일' 출시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소송 결과에 따라 (아이언메이스가 승소 시) 그대로 내놓든가 (패소 시) 일부 구성요소를 변경한 채 내놓을 것"이라며 "소송에 변수가 있지만 출시는 감행할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넥슨 외 '엔씨·카겜'도 장기간 소송 직면
게임업계 대부분 표절 시비의 영향권에 들어선 가운데 소송은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일 웹젠을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모바일 게임 'R2M' 서비스 중단과 총 600억원의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진=웹젠]

앞서 엔씨는 지난 2021년 6월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며 저작권 침해 중지·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원고인 엔씨의 승소 판결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R2M'이 '리니지M'의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웹젠에 서비스 중단과 함께 손해 배상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저작물 표절' 행위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엔씨는 지난 2월 카카오게임즈의 '롬 :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ROM)'가 자사의 핵심 IP인 '리니지W'를 표절했다며 저작권 침해·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서비스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롬의 출시 전부터 엔씨는 해당 게임이 당사 대표작 리니지W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을 다수 모방했다고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넷마블은 마상소프트와 지난 2월까지 3년 간 저작권 침해 소송을 벌인 바 있고, 크래프톤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넷이즈와 저작권 분쟁을 5년 넘게 벌여왔습니다.

법원 대신 '해결사'로 나선 게이머들
다만 이같은 게임사의 장기간의 갈등을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목소리가 게임사들 간에 커지고 있지만 게이머들의 자발적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디나미스 원이 지난 8일 소셜미디어(SNS) X에 올린 공지]

최근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를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신작 '프로젝트 KV'의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넥슨게임즈에서 블루아카이브 제작에 참여했던 박병림 PD를 비롯한 주요 제작진이 지난 4월 '디나미스 원'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개발하던 서브컬처 장르 신작이었습니다. 

블루아카이브의 일러스트 등 일부 핵심 인력들이 퇴사 후 재결합한 '디나미스 원'에서 블루아카이브와 유사한 콘셉트와 아이디어로 신작을 개발하던 와중 기존 블루아카이브 팬들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개발을 철회했습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인 이철우 문화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게이머들의 윤리적 소비에 대표적 사례"라며 "향후 표절이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의 능동적인 불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게임사들의 인식이 현재 게임산업의 규모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저작권 침해는 20조원 규모가 넘는 게임산업과는 부합하지 않는 일부 게임사들의 태도"라며 "한국에서 게임 산업이나 게임 창작 제작 과정이나 창작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시점들이 법원에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는 게 아니라 게임사 자체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게임사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게이머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게임사들의 인식에 경종을 울릴 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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