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인텔 제국의 몰락…삼성에겐 기회?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9.06 10:46
수정2024.09.13 11:19

[앵커]

인텔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제국의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는데요.

심각한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급락, 혁신이 빠진 미래, 올해 인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들입니다.

급기야 이번달 이사회를 열어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처참한 결과가 예상됩니다.

특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이 분리 또는 매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인텔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우리 반도체 기업, 특히 삼성전자에게 어떤 영향과 시사점이 있는지,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구조조정 시나리오부터 예상해 보죠.

어떤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나요?

[기자]

주요 외신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부문 분할부터, 그간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3년 전 인텔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팻 겔싱어 CEO가 밀어붙인 '승부수'가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면서, 생존을 위해 이 같은 핵심 사업들을 재정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67억 달러, 우리 돈 22조 원을 주고 사들인 자회사 알테라도 9년 만에 매각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요.

44조 원에 달하는 독일 공장 투자 계획도 백지화하기로 하는 등, 사업 전반에 걸친 비상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1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 계획과 대규모 감원, 배당금 지급 중단까지 결정했지만, 결국 위기 극복을 위해 더 강력한 처방을 모색하게 된 겁니다.

[앵커]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나요? 

[기자] 

과거 PC용 중앙처리장치를 앞세워 반도체 제국을 세웠던 인텔은 한때 미국 전체 기업 중 시총 2위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했었죠.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엔지니어링보다 재무를 우선시한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좋은 실적을 내고 주가를 올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본 건데요.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복하면서 많은 기술자들을 잃었고, 결국 설계와 공정 양쪽 모두 경쟁력이 약해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이런 사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AP 설계 시장은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택이 장악했고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마저 TSMC에 추월당했고, 겔싱어 CEO가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외치며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미 브레인 역할을 할 인재들은 회사를 떠났고, 기술력은 약해진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겔싱어 CEO가 파운드리 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를 잡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노 기술에서 앞설 수 있다고 자신했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실패 소식이 계속 나와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기술력으로 내세웠던 1 나노대 최첨단 공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고객사인 브로드컴의 제품을 제조하는 테스트 단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통상 반도체 기업들은 대량 생산에 나서기 전에 파운드리 제조 기술 점검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브로드컴은 인텔 측 공정 기술 미달로 대량 생산 전환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텔은 앞서 브로드컴 외에도 미디어텍과 마이크로소프트, 에릭슨 등 여러 고객사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공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섰지만, 실제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요.

또 이번 실패로 당초 삼성과 TSMC보다 한 발 빠르게, 올 연말 해당 공정 양산에 나서겠다던 야심 찬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앵커]

주가 흐름도 짚어보죠.

투자자들도 등을 돌린 것 같습니다?

[기자]

인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0% 넘게 빠졌고요.

이번주 흐름을 보면, 약 20달러 선에 머물러 있는데, 지난 1997년과 같은 수준입니다.

속절없이 추락한 주가에 다우지수 퇴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다우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전망하면서, 만약 현실화하면 평판이 훼손되고 주가에는 더 큰 타격이 가는 악순환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인텔의 시총은 859억 달러, 우리 돈 115조 원까지 쪼그라들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는데요.

특히 같은 기간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고, 또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3년 전만 해도 인텔의 매출이 3배 규모였는데, 이제는 절반에 불과합니다.

[앵커]

사업 구조조정 방안 중에 특히 이목을 끄는 부분이 파운드리 사업 분할 또는 매각 시나리오인데요.

실제로 진행된다면, 삼성전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만약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발을 뺀다면 선두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2강 구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1~2 나노대 초미세 공정 경쟁이 가능한 곳은 이 둘뿐인데, 그만큼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고요.

일각에서는 삼성이 인텔 파운드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2강 구도라고는 하지만, TSMC와 삼성의 격차는 여전히 크죠?

[기자]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요. 

TSMC가 62.3%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삼성전자가 11.5%로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삼성은 3년 전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TSMC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지적돼 온 설계자산, IP 보유량은 여전히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요.

선단공정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진 점도 추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 나노 공정을 내세웠지만, 수율이 20%로 TSMC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고객사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고요.

이외에 파운드리에만 매진한 TSMC와 달리 반도체와 관련해 여러 사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의 상황을 감안할 때 반도체 설계 기술과 도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 고객사들에게는 부담입니다.

[앵커]

삼성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인텔의 구조조정으로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큰데, 인텔의 고객사들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일단은 TSMC가 한발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요.

TSMC는 지난달 20일,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착공하며 유럽 내 첫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습니다.

유럽은 인텔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죠.

TSMC가 유럽 시장에 발을 들인 배경에는 이러한 인텔의 인프라를 흡수하려는 계산이 깔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밖에도 막대한 보조금을 쓸어 담으며 곳곳에 R&D 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과연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임선우다른기사
[글로벌 비즈] "TSMC, 2나노 가오슝 공장 가동임박"
[글로벌 비즈 브리핑] 김빠진 아이폰16...AI 지연에 사전 주문 '뚝'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