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한미 키맨' 신동국, 백기사인가 흑기사인가
SBS Biz 정광윤
입력2024.09.05 16:43
수정2024.09.05 17:12
[앵커]
한미약품그룹의 집안싸움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창업주 가족이 아닌 신동국 대주주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사실상 회사 주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집안갈등의 수렁에서 회사를 살릴 백기사인지, 기회를 틈타 회사를 손에 넣을 흑기사인지 취재기자와 짚어봅니다.
정광윤 기자 나와있습니다.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고 있지요?
[기자]
한미약품은 최근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중심으로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더 정확히는 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임종훈·임종윤 형제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지주사가 맡던 인사업무도 따로 조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박 대표는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 등 대주주 3명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데요.
이들이 보유한 사이언스 지분은 약 48%로, 형제 측 29%를 크게 웃돕니다.
[앵커]
3인방이 지주사 지분율이 많으니까 차근차근 이사회부터 되찾아올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지분은 많지만 이사진은 형제 측이 우세해 간단치 않습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5명, 과반이 형제 편인데요.
이사회 정원이 10명이라 3인방이 1명을 새로 입성시켜도 5대 5로 과반이 안됩니다.
이사는 주총에서 선임과 해임이 결정되는데 새로 선임할 땐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기만 하면 되지만, 3인방이 형제 측 이사를 해임하려면 출석주주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표가 모자랄 가능성이 있습니다.
3인방은 사이언스에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려서 임주현 부회장과 신 회장을 추가 선임하려는 생각인데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것 역시 출석주주 3분의 2 찬성이 필요합니다.
형제가 장악한 이사회가 임시주총 자체를 열려고 하지 않자 3인방이 법원에 소집 청구를 냈는데 열린다 해도 절차상 다음 달 이후에나 예상됩니다.
[앵커]
계열사가 대놓고 반기를 든 상황인데, 당장 지주사를 쥐고 있는 형제가 한미약품 대표를 바꿀 순 없습니까?
[기자]
그게 쉽지 않습니다.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주총을 열어 이사 직위 자체를 박탈하는 방법이고, 나머지는 이사회를 통해 '대표'에서만 해임하는 겁니다.
후자가 더 쉬운 길이긴 한데, 앞서 차남 임종훈과 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이사회 의결로 대표자리만 뺏기고 이사 직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미약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아니라 약품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건데, 여긴 형제가 아니라 3인방 측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2일 장남 임종윤 이사가 본인을 한미약품 단독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기도 했지만 부결됐습니다.
[앵커]
그럼 형제 쪽에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미사이언스에선 박 대표의 직급을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지방발령을 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표 직책엔 바로 손을 댈 수 없으니 직급이라도 내린 겁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런 인사조치가 적법하지 않다며 따르지 않고 있고, 관련 법무법인 자문도 받아둔 상태입니다.
[앵커]
여기에 장남은 경찰 고발까지 했다고요?
[앵커]
임종윤 이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박 대표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박 대표가 스스로를 북경한미 이사회 의장으로 셀프 임명하고 보고한 점을 문제삼은 겁니다.
앞서 임 이사는 "한미약품 이사회 교체를 위해 임시주총 개최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을 40% 넘게 들고 있고, 3인방 측 지분은 10%가 안 되니 출석주주 3분의 2 찬성으로 이사진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다만 실제론 3인방이 정원확대 없이 사이언스 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해 이사회를 5대 5로 만들기만 해도 의결권 행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강선영 변호사 / 법무법인 정우 : 통상적으로 중요한 업무사항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부의하지 않고 임의로 회사를 대표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형제가 당장 꺼낼 패는 마땅치 않은데 지주사 지분이 더 많고 핵심 계열사까지 손에 쥔 3인방은 내후년 형제의 이사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선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형제 쪽에서 "갈등 종식됐다", "신동국 회장은 깐부" 이런 얘기까지 했었는데, 왜 전면전으로 번진 겁니까?
[기자]
신동국 회장이 전문경영인 도입의사를 밝히면서 사이언스 대표직을 뺏길 상황에 직면한 차남 임종훈과 갈등이 격화됐습니다.
그간 '모녀 대 형제' 집안싸움에서 '신 회장 대 형제' 구도가 됐는데요.
사이언스 측은 3인방의 움직임에 "임주현 부회장을 지주사 대표로 앉히려는 수순"이라며 "결국에는 회사의 실제 주인이 신동국 회장으로 바뀌고,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이 지시를 수행하는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신 회장이 집안싸움 와중에 회사를 집어삼킬 속셈"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형제 측에선 약 1천억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마당에 신 회장이 외부 투자유치에 제동을 거는데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신 회장 측은 지난달 사이언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쉽게 말해 "형제 마음대로 해외사모펀드 등에 지분 주고 돈 끌어올 생각 말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배임적 행위"라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의도야 어쨌든 현재 신 회장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죠?
[기자]
지난 3일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사들이는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신 회장이 지주사 1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개인지분만 15%에 육박하고, 신 회장의 회사인 한양정밀도 4% 가까이 쥐게 됐는데요.
임종윤(12.46%), 임종훈(9.15%), 임주현(9.7%), 송영숙(6.16%) 등 창업주 일가 누구보다도 많습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가족끼리 다시 뭉쳐 맞설 경우 지분에서 밀릴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신 회장은 모녀와 이사회 구성 등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고, 지분을 팔 때 서로에게 우선매수권과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는데요.
설령 3인방 중 누군가 마음이 바뀌더라도 계약에 따라 한 몸으로 묶인 셈입니다.
[앵커]
여하튼 경영권 다툼으로 애먼 피해를 보는 건 소액주주들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올 1월 주당 5만 6천 원대까지 올랐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달 2만 5천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반토막 났습니다.
한미약품 역시 올 1월 주당 37만 7천 원대에서 지난달 25만 8천까지 빠졌습니다.
올 상반기 영업익이 1년 전보다 45%가량 급증하는 등 실적이 선전하는 와중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경영권 분쟁에 상속세 재원 문제까지 있다 보니, 창업주 일가가 외부 자본이나 시장에 지분을 대거 내놓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겁니다.
때문에 온라인에선 "누구도 개인주주나 주가에 관심 없다"며 "경영권 분쟁을 빨리 끝내라"는 불만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약품그룹의 집안싸움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창업주 가족이 아닌 신동국 대주주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사실상 회사 주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집안갈등의 수렁에서 회사를 살릴 백기사인지, 기회를 틈타 회사를 손에 넣을 흑기사인지 취재기자와 짚어봅니다.
정광윤 기자 나와있습니다.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고 있지요?
[기자]
한미약품은 최근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중심으로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더 정확히는 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임종훈·임종윤 형제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지주사가 맡던 인사업무도 따로 조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박 대표는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 등 대주주 3명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데요.
이들이 보유한 사이언스 지분은 약 48%로, 형제 측 29%를 크게 웃돕니다.
[앵커]
3인방이 지주사 지분율이 많으니까 차근차근 이사회부터 되찾아올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지분은 많지만 이사진은 형제 측이 우세해 간단치 않습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5명, 과반이 형제 편인데요.
이사회 정원이 10명이라 3인방이 1명을 새로 입성시켜도 5대 5로 과반이 안됩니다.
이사는 주총에서 선임과 해임이 결정되는데 새로 선임할 땐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기만 하면 되지만, 3인방이 형제 측 이사를 해임하려면 출석주주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표가 모자랄 가능성이 있습니다.
3인방은 사이언스에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려서 임주현 부회장과 신 회장을 추가 선임하려는 생각인데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것 역시 출석주주 3분의 2 찬성이 필요합니다.
형제가 장악한 이사회가 임시주총 자체를 열려고 하지 않자 3인방이 법원에 소집 청구를 냈는데 열린다 해도 절차상 다음 달 이후에나 예상됩니다.
[앵커]
계열사가 대놓고 반기를 든 상황인데, 당장 지주사를 쥐고 있는 형제가 한미약품 대표를 바꿀 순 없습니까?
[기자]
그게 쉽지 않습니다.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주총을 열어 이사 직위 자체를 박탈하는 방법이고, 나머지는 이사회를 통해 '대표'에서만 해임하는 겁니다.
후자가 더 쉬운 길이긴 한데, 앞서 차남 임종훈과 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이사회 의결로 대표자리만 뺏기고 이사 직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미약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아니라 약품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건데, 여긴 형제가 아니라 3인방 측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2일 장남 임종윤 이사가 본인을 한미약품 단독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기도 했지만 부결됐습니다.
[앵커]
그럼 형제 쪽에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미사이언스에선 박 대표의 직급을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지방발령을 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표 직책엔 바로 손을 댈 수 없으니 직급이라도 내린 겁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런 인사조치가 적법하지 않다며 따르지 않고 있고, 관련 법무법인 자문도 받아둔 상태입니다.
[앵커]
여기에 장남은 경찰 고발까지 했다고요?
[앵커]
임종윤 이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박 대표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박 대표가 스스로를 북경한미 이사회 의장으로 셀프 임명하고 보고한 점을 문제삼은 겁니다.
앞서 임 이사는 "한미약품 이사회 교체를 위해 임시주총 개최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을 40% 넘게 들고 있고, 3인방 측 지분은 10%가 안 되니 출석주주 3분의 2 찬성으로 이사진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다만 실제론 3인방이 정원확대 없이 사이언스 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해 이사회를 5대 5로 만들기만 해도 의결권 행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강선영 변호사 / 법무법인 정우 : 통상적으로 중요한 업무사항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부의하지 않고 임의로 회사를 대표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형제가 당장 꺼낼 패는 마땅치 않은데 지주사 지분이 더 많고 핵심 계열사까지 손에 쥔 3인방은 내후년 형제의 이사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선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형제 쪽에서 "갈등 종식됐다", "신동국 회장은 깐부" 이런 얘기까지 했었는데, 왜 전면전으로 번진 겁니까?
[기자]
신동국 회장이 전문경영인 도입의사를 밝히면서 사이언스 대표직을 뺏길 상황에 직면한 차남 임종훈과 갈등이 격화됐습니다.
그간 '모녀 대 형제' 집안싸움에서 '신 회장 대 형제' 구도가 됐는데요.
사이언스 측은 3인방의 움직임에 "임주현 부회장을 지주사 대표로 앉히려는 수순"이라며 "결국에는 회사의 실제 주인이 신동국 회장으로 바뀌고,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이 지시를 수행하는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신 회장이 집안싸움 와중에 회사를 집어삼킬 속셈"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형제 측에선 약 1천억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마당에 신 회장이 외부 투자유치에 제동을 거는데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신 회장 측은 지난달 사이언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쉽게 말해 "형제 마음대로 해외사모펀드 등에 지분 주고 돈 끌어올 생각 말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배임적 행위"라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의도야 어쨌든 현재 신 회장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죠?
[기자]
지난 3일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사들이는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신 회장이 지주사 1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개인지분만 15%에 육박하고, 신 회장의 회사인 한양정밀도 4% 가까이 쥐게 됐는데요.
임종윤(12.46%), 임종훈(9.15%), 임주현(9.7%), 송영숙(6.16%) 등 창업주 일가 누구보다도 많습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가족끼리 다시 뭉쳐 맞설 경우 지분에서 밀릴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신 회장은 모녀와 이사회 구성 등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고, 지분을 팔 때 서로에게 우선매수권과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는데요.
설령 3인방 중 누군가 마음이 바뀌더라도 계약에 따라 한 몸으로 묶인 셈입니다.
[앵커]
여하튼 경영권 다툼으로 애먼 피해를 보는 건 소액주주들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올 1월 주당 5만 6천 원대까지 올랐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달 2만 5천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반토막 났습니다.
한미약품 역시 올 1월 주당 37만 7천 원대에서 지난달 25만 8천까지 빠졌습니다.
올 상반기 영업익이 1년 전보다 45%가량 급증하는 등 실적이 선전하는 와중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경영권 분쟁에 상속세 재원 문제까지 있다 보니, 창업주 일가가 외부 자본이나 시장에 지분을 대거 내놓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겁니다.
때문에 온라인에선 "누구도 개인주주나 주가에 관심 없다"며 "경영권 분쟁을 빨리 끝내라"는 불만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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