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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엔비디아 했는데 왜?…급락 배경과 전망은?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8.30 10:42
수정2024.08.30 11:16

[앵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공개됐는데요.

실적은 전망치를 넘겼지만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 공개 이후 급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AI 거품론이다, 아니다 건강한 조정이다 엇갈린 의견이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2분기 실적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나요?

[기자]

숫자만 놓고 보면, 역시 엔비디아가 엔비디아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매출과 순익 모두 전망치를 웃돌았는데요.

매출은 1년 전보다 122% 증가한 300억 4천만 달러, 우리 돈 40조 원을 돌파했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325억 달러를 전망하며 월가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을 보였습니다.

인공지능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의 매출도 154% 늘어난 263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앵커]

실적은 기준을 넘겼는데,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네요?

[기자]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경계태세에 있던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약 2% 하락 마감했는데요.

2분기 성적표가 나온 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서 8%까지 빠지면서 수직낙하했고, 내림세는 다음날 정규장까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직전 두 번의 실적 발표 이후 각각 16%, 9%대 올라 AI 랠리를 견인했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인데요.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그간 전망치보다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보인 만큼, 기대치를 웃도는 매출을 내고도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올 2분기 매출 성장폭은 120%에 달했는데, 숫자만 놓고 보면 훌륭한 성적이지만 앞서 200% 대가 넘는 폭발력을 보여온 만큼 시장의 기대감을 채우긴 엿부족이었고요.

3분기 전망도 80%대로 뚝 떨어진 만큼, 같은 이유로 아쉬움이 컸다는 평가입니다.

또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출 총이익률이 2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는 점 역시 실망감을 더한 모습이고요.

특히 시장은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 칩, 블렉웰을 제대로 출시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잇따라 블랙웰 GB200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돼 출시가 내년 1분기로 지연됐고, 구글을 비롯한 고객사에 통보를 마친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고요.

엔비디아 역시,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려와 달리 4분기 출하가 될 예정이라며, 수십억 달러의 추가 매출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시장 달래기에 나서봤지만 역부족이었고요.

이 때문에 8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이른바 위스퍼 넘버, 실제 월가 큰손들의 실적 기대치와는 거리를 보이면서 주가는 크게 미끄러졌습니다.

[앵커]

차세대 칩, 블랙웰에 대한 우려가 커진 듯한데 경쟁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그간 낙관론에 눌려있었던 의구심이 표면화됐는데, 인공지능 관련주들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엔비디아 독점에 균열이 생겼다.

온갖 추측과 분석이 난무합니다.

최근 큰 손 고객'인 애플이 엔비디아와 이별을 고하기도 했죠.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엔비디아 대신 구글이 만든 칩을 사용한 건데요.

이로 인해 견고했던 엔비디아의 독점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요.

특히 비싼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엔비디아 제품 가격은 개당 4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줄을 서야 할 지경인 반면, 반면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구글의 최신 TPU는, 칩을 사용하는 데 시간당 2달러도 안 된다는, 상당한 비용 메리트가 있습니다.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용, 추론용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구글의 TPU는 필요에 따라 이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범용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얘긴데요.

업계에선 구글이 본격적으로 외부 고객용 TPU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학습용 AI반도체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경쟁사들 역시 제품 수준 격차를 계속해서 줄이고 있는데요.

앞서 전해드린 구글은 6세대 TPU '트릴리움'을 앞세워 올해 말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애플은 TSMC와 손잡고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추론용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 중이고, 오픈 AI 역시, 자체 칩 개발을 위해 우리 돈 9천3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유치와 함께, 브로드컴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밖에 인텔은 가우디 3 가속기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고요.

삼성전자도 차세대 비밀병기로 불리는 AI 가속기 '마하-1' 개발에 전력을 쏟아부으면서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애플 아이폰부터 테슬라, 인텔까지 손만 대면 성공을 거둔 반도체 업계의 전설, 짐 켈러도 주목해야 하는데요.

최근 켈러의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새로운 AI칩, 웜홀 AI 가속기를 공개했는데, 현재 AI 가속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HBM칩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앵커]

엔비디아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파장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관련 업종으로 확산됐네요?

[기자]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같은 날 한때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 역시 미끄러지면서 밸류체인에 묶인 기업들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계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역시 엔비디아발 쇼크에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움츠러들었고요.

전문가들은 최근 지지부진했던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의 차익실현 압력을 키울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월가에선 지금이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할 시점이다라는 평가도 나와요?

[기자]

일각에선 엔비디아가 8월 초 폭락 이후 전고점 부근까지 빠르게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미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 부분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실적 발표 당일 고점매도 물량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요.

시선을 AI 전체로 넓혀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거품론을 잠재우기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엔비디아 큰손 고객들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 지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AI 열풍이 식지 않았음을 나타냈는데, 이날 실적을 통해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겁니다.

월가 역시 오히려 실적 실망에 따른 이번 주가 조정이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할 기회로 보기도 했는데요.

파이퍼샌들러는 "엔비디아의 펀더멘털은 아직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UBS 역시 주가가 약간 하락한 만큼 매수를 권고한다면서, 회사의 핵심 사업 요인들은 여전히 주가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잡음을 무시하라"면서 "엔비디아는 매우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으로 독특한 성장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지지했고, 여기에 모건스탠리, JP모건, 번스타인은 엔비디아에 대한 목표 주가를 오히려 상향 조정했습니다.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AI 거품론'이 되살아날지, AI 사이클이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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