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앵커] 

카드사와 보험사에서도 횡령과 배임 등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나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공시 보고서에는 100억 원을 빼돌려도 이런 내용들은 빠져 있었습니다. 

보도에 류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7월 롯데카드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짜고 페이퍼컴퍼니로 회삿돈 105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지난 5월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한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8억 원가량을 횡령한 게 적발됐습니다.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지만 이들 회사의 공시 보고서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롯데카드가 지난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입니다. 

과태료를 받은 것들만 기재했고 경미한 사항은 생략했다고 적어뒀습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코리안리 반기보고서에서도 앞선 8억 원대 횡령 사건 내용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롯데카드는 경영유의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는 점을, 코리안리는 횡령 직원의 직급이 대리급이라 공시대상이 아닌 점을 공시를 안 한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의 사업보고서 공시 기준은 고위 임원급이 받은 제재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경미한 제재는 생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융사들이 이를 임의로 내용을 빼버려도 되는 명분으로 쓰는 겁니다. 

특히 카드사는 횡령이나 배임이 적발돼도 금감원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공시 누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홍기훈 /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규제의 형평성 측면에서 봤을 때 공백이라고 생각될 수 있고요. 법을 개정해서 금감원에게 권한을 주든가 다른 금융기관들과 비슷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뒤 살펴보는 시스템"이라며 "롯데카드의 경우 내용이 빠진 경위를 살펴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SBS Biz 류정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