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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전기차 캐즘에 포비아까지…K배터리 운명은?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8.23 10:40
수정2024.08.23 11:18

[앵커]

다음 이슈입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고, 더딘 인프라 구축에, 최근엔 화재 뉴스까지 더해지면서 업체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전기차 혁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정치적 변수에 눈치를 보는 모습인데요.

그동안 앞다퉈 뛰어들던 기업들이 이제는 하나둘 발을 빼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전기차와 운명을 같이하는 우리 배터리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번 주, 기업들의 전기차 전략 재검토 소식이 유독 많았어요.

[기자]

전기차 불황이 길어지면서 미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맏형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를 비롯해 테슬라까지, 업계 대표 주자들이 일제히 투자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요.

먼저 포드는 이미 한차례 미뤘던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순수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연간 자본지출 비중도 기존 40%에서 30%로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전기차 거점으로 돌리겠다던 계획도 무르고, 같은 공장에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 역시 내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100만 대 달성 목표를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은 내후년 중반으로 다시 또 한 번 미뤘고요.

미래 모빌리티 한 축을 맡고 있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 부문 인력도 대거 줄이기로 했습니다.

관련 부서 직원 약 1천여 명이 짐을 싸게 되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당장 눈앞의 실익부터 챙기자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막내 격인 스텔란티스도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생산시설 보조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일리노이주 공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고, 전기차 선두 테슬라 마저도, 우리 돈 7조 원 규모의 태국 전기차 제조 허브 구축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친환경차 수요가 기대만큼 받쳐주지 않는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신차 판매 둔화세까지 짙어지면서 전기차 투자가 후 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최근 트럼프도 일조했죠?

[기자]

다시 집권하게 되면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7천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요.

인플레이션감축법,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전기차 구입 시 세액 공제와 관련한 재무부 규정을 뒤집거나, 의회에 관련 세액 공제의 전면 폐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확산을 위한 세금 혜택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동시에, 석유와 가스 등 전통에너지사업을 늘릴 것을 공약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화재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전기차 포비아를 키우고 있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슬라 차량 관련 화재 사고가 있었죠?

[기자]

포르투갈 리스본의 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렌터카 주차장에서 현지시간 16일,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나, 200대가 넘는 차량이 전소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기차 화재 우려를 키웠고요,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고 배터리에서 불이나 도로가 폐쇄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앵커]

우려도 우려지만, 전기차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시들해지는 것 같아요?

[기자]

가장 큰 이슈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소폭 늘어난 반면, 향후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기존 55%에서 44%로 줄었습니다.

당초 미국은 2030년까지 신차 전기차 비중을 최대 60%까지 늘리겠다 발표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목표 달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지난해 생산량은 954만 대에 달했는데, 판매량은 841만 대에 그치면서, 113만 대의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던 달콤한 초저가 전략은, 공급과잉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앵커]

지지부진한 전기차에 우리 배터리 기업들 고민도 크겠어요?

[기자]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에 설상가상 화재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수요 부진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배터리업계는 올해 세웠던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투자 계획을 미루는 등, 역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SK온 등, 이른바 K배터리 3사는 올 2분기 나란히 저조한 실적을 내놨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7.6% 급감했고요.

미국 IRA 첨단세액공재 수혜분을 제외하면 2천500억이 넘는 적자를 봤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스탠스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왔던 삼성 SDI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7.8% 감소했고, Sk온 역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도 심각한데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 상반기 1년 전보다 15.4% 포인트 하락한 59.4%에 그쳤고요, SK온은 같은 기간 53%로, 무려 44.6%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더디기만 한 전기차 전환에 목표치도 줄줄이 낮추고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올해 연간 매출 성장 목표치를 기존 미드싱글(4~6%)에서 '20% 이상 역성장'으로 크게 낮췄고요.

제너럴모터스와 올 하반기 세울 예정이었던 미시간주 랜싱의 전기차 배터리 3 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되는 등 진행 중인 투자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던 SK온도 보수적인 투자 전략으로 선회했고요.

반면 속도조절에 나선 양사와 달리, 삼성 SDI는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100 GWh 수준이었던 글로벌 생산능력을 내후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 북미에서 GM,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사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 지역 신규 생산거점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 CATL은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면서 B2C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CATL은 지난 10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신에너지 라이프 플라자'를 열고,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50개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 100종을 전시했습니다.

또 올 초부터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CATL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기술 브랜드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CATL은 올 상반기 자국 시장을 점령한 건 물론이고, 중국 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27.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실명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품질 강화에, 중국 업체와의 브랜드 마케팅 경쟁까지 이겨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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