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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사, 우리가 만들었는데"…원조가 복제약 된 사연

SBS Biz 이광호
입력2024.08.16 13:54
수정2024.08.16 16:41

'국민 간장약' 우루사를 개발한 대웅제약은 반려동물용 우루사인 'UDCA정'을 지난 5월 출시했습니다. 60년 베스트셀러인 사람약 '우루사'와 같은 성분인데, 'UDCA정'은 허가와 생산 모두 대웅이 아닌 다른 업체에서 맡았습니다. 제도적으로 '복제약' 취급을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펫이 출시한 'UDCA정'의 농림축산식품부 허가를 받은 회사는 대웅이 아닌 '이엘티사이언스'라는 동물용 의약품 제조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엘티사이언스는 'UDCA정'의 허가 주체이자 생산도 맡아 하고 있습니다. 대웅펫은 유통과 판매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우루사펫'이 아닌가? 
일단 인지도 높은 우루사를 제품명에 쓰지 않은 데 대해 대웅 측은 "동물병원 전용으로 판매되며 수의사 처방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보단 수의사 입장에서 인지하기 쉽도록 아예 성분명을 제품명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대웅은 우루사의 대표 성분명인 UDCA(우르소데옥시콜산)를 제품명에 쓰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직접 허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법 제도 때문입니다. 

동물용 의약품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약을 제외하곤' 동물용 의약품 생산 시설을 구비해야 하는데, 대웅펫에는 동물용 생산시설이 없고, 이엘티사이언스는 이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 큰 이유는 의약품 허가는 같은 성분이라도 사람용과 동물용이 별개로 이뤄지는데, 사람용 UDCA 성분의 약인 '우루사'는 대웅의 신약이지만, 동물용 UDCA 약은 신약 허가를 이미 다른 업체가 받았다는 점입니다. 

대웅에 따르면, 국내에서 UDCA 동물용 의약품 허가 제품은 모두 19개로, 최초 등록한 신약은 지난 1986년 7월 '이글벳'이라는 제약사의 '우루소주' 입니다. 이후에 등록한 대웅펫의 제품을 포함한 18개는 복제약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핵심 성분을 개발한 점과 상관없이, 단순히 사람용과 동물용으로 허가를 나눠 원본 의약품 지위를 주는 건 제도적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동물 신약' 새 먹거리로
대웅을 포함한 제약사들이 동물용 의약품 시장의 성장세를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동국제약 역시 지난 2021년 인사돌 성분의 동물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을 출시했는데 대웅과 마찬가지로 동물용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아 자체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동국 역시 '이엘티사이언스'에 허가와 생산을 맡겼습니다. 

발 빠르게 동물용 신약을 보유해 자체 허가를 받은 곳도 있습니다. 바이오 업체 지엔티파마는 유한양행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크리스데살라진'의 동물용 허가를 지난 2021년 받았고, 박셀바이오도 개의 유선종양(유방암과 비슷) 수술과 병행해 쓰는 면역보조제 '박스루킨'을 지난 8일 허가받았습니다.

대웅은 자체 당뇨병 신약인 '엔블로'에 대해선 현재 동물용 임상실험 3상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 농림축산식품부에 허가를 신청해, 이 신약에 대해선 대웅이 자체 허가를 받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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