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지난해 데이터 트래픽 12% ↑…국가명운 달린 '망사용료' 논의 뒷전
SBS Biz 이민후
입력2024.08.07 17:30
수정2024.08.08 09:54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연간 데이터 트래픽이 1만2천 페타바이트(PB·1천24TB) 가깝게 기록했습니다. 데이터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지만 이통 3사 모두 설비투자는 축소하는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이통 3사의 설비투자 축소 추세가 '망사용료' 분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8일) 업계에 따르면 각 사별 지난해 데이터 트래픽은 SK텔레콤 5천143PB, KT 3천488PB, LG유플러스 3천287PB로 총 1만1천909PB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통 3사의 데이터 트래픽이 지난 2020년 7천322PB, 2021년 8천939PB, 2022년 1만587PB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인당 무선통신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지난 2018년 6GB에서 지난해 18GB로 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5G 가입자로 전환과 함께 넷플릭스·유튜브 등 고용량 영상 컨텐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탓에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 겁니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이통 3사 모두 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투자 비용은 절감하는 추세입니다. 이통 3사의 설비투자 비용은 5G가 도입된 당시 2019년 약 9조6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8조2천700억원, 2021년 8조2천억원, 2022년 8조1400억원, 2023년 7조6천673억 원으로 매년 감소하는 모양새입니다.
올해의 경우 2분기 실적이 발표된 SK텔레콤은 상반기 7천50억원을 투자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1조380억원)에 비해 33% 줄었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상반기 9천420억원을 투자했는데 1년 전(1조1천805억원)보다 21% 줄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이통 3사의 올해와 내년도 설비투자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이통3사의 올해와 내년도 설비투자 비용은 각 사마다 최대 2조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통 3사는 5G 시장이 성숙해진 가운데 5G 통신 서비스에서 새 수익모델을 찾기보다는 인공지능(AI) 붐으로 촉발한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 기업간거래(B2B)에서 활로를 찾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년도부터 AI 서비스로 인해서 B2C 상의 데이터 트래픽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AI가 트래픽 증가를 일으키는 양상인데 결국엔 AI가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을 이끌면서 트래픽 폭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동시에 과기정통부가 오는 2026년 3세대 통신망인 3G와 LTE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4세대 LTE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이 이뤄지면서 쇠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5G로 가입자가 쏠리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을 늘고 있습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최근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모바일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내 스마트폰 1대당 월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지난해 18GB에서 오는 2030년 87GB까지 약 4.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통 3사의 설비투자가 망의 안정성과 직접적인 영향을 커지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 교수는 "향후 동영상·컨텐츠 등 트래픽에 대한 지속적인 부하가 발생하면 통신 품질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라며 "통신 요금 인하 등 재무적인 부담에 네트워크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설비투자에 '망사용료' 하소연…해외는 적극 지원
이통 3사의 소극적인 설비투자의 배경에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망 무임승차'에 따른 어긋난 형평성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해외 각 국에선 당국이 자국 통신사의 적극적인 뒷배로 지원에 나서면서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망 이용대가인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망 안정성을 위한 지속적인 유지·보수·관리는 진행되고 있지만 통신망에 대한 투자는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사용료 분담에 대한 논의는 배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까지 해외 빅테크인 넷플릭스와 법정다툼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9월 지난한 소송을 끝내고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지만 사실상 SK텔레콤의 한 발짝 양보가 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한 트위치코리아는 지난 2월 한국의 '망사용료'를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서비스 철수를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트래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글, 넷플릭스, 디즈니+는 공식적으로 망사용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운데 국내 기업만 망사용료에 대한 의무를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에서는 선제적인 제도 도입 움직임과 사법적 판결이 뒷받침되면서 자국 통신사를 보호하는 움직임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골자로 하는 기가비트 인프라법(GIA)에 대한 초안 작성 착수에 들어섰습니다. 동시에 인도와 브라질 규제당국 역시 '망 사용료 부과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독일 쾰른 법원은 지난 5월 EU 내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이 메타(Meta)를 상대로 제기한 망사용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금 다른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법원을 통한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며 "법제화는 사전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 규제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전 규제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되고 있다"며 "적어도 CP사가 협상의 의무를 지우는 쪽으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청문회 준비에 하세월…당·정 ICT 이슈엔 '뒷짐'
국가의 '명운'이 달릴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망사용료와 관련된 논의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모두 회피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법' 8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망사용료'에 대한 입법은 없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당 이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 등 규제당국의 수장들은 중요성을 시사하긴 했습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산업이 들어옴으로 인해 우리 산업 자체가 크게 위협받는 등 국가의 명운이 달릴 수도 있는 문제"라며 간접적으로 망사용료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국회 과방위에서 열리는 유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아들 병역비리·주식 불법 매매·차량 압류 의혹 등 가족 관련 도덕적 문제와 연구개발비(R&D) 예산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면서 망사용료 역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후보자 청문회에서 "방통위원장으로 임명이 되면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망 사용료 내고 있지 않은 문제를 집중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직무정지 상태입니다.
1인 체제로 비상 가동되는 방통위가 하반기까지 '식물 방통위'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당국과 국회 모두 공방에 휘말린 가운데 이통 3사와 국내 CP사에 독박으로 짊어진 망사용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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