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앙의 시작 '큐텐 저수지' 이렇게 설계됐다
SBS Biz 오서영
입력2024.08.02 17:47
수정2024.08.03 12:13
[앵커]
티메프 사태의 핵심에 낯선 이름의 쇼핑몰들이 있고 큐텐이 이곳을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정황 보도해 드렸죠.
이후 큐텐의 운영부서 소속 출신 직원이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잘 아는 수법이라는 겁니다.
지금부터 구영배 대표가 여러 회사를 인수해 하나의 왕국처럼 돈을 굴리는 과정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SBS Biz가 연속 보도해 드립니다.
먼저 오서영 기자입니다.
[오서영 기자]
티몬은 지난해 여름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 티몬비즈마켓을 만듭니다.
비슷한 시기 위메프의 쌍둥이 '위메프 플러스'도 생겨났습니다.
[피해 판매업체 대표 : 6월쯤에 (위메프) 담당 MD 통해서 플러스 계정을 알게 됐고 1천만원 정도 판매가 됐어요.]
왜 굳이 쌍둥이 플랫폼을 만든 걸까.
큐텐의 전직 운영부서 직원에게서 의외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돈주머니, 정산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중국) M18 사이트 인수할 때도 똑같이 그렇게 했거든요. 또 다른 큐텐 베이스의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 몰아넣은 다음에 기존에 있는 사이트는 그냥 없애버려….]
정산 시스템 실제로 보면, 이렇게 따로 Q통장이 생깁니다.
판매자는 '은행 계좌'가 아닌 이곳에서 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출금 신청합니다.
은행 계좌로 바로 오가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일종의 큐텐그룹의 중앙통제시스템이 하나 더 있는 겁니다.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에는 바로 이런 주머니 시스템이 없어 자금흐름이 한눈에 안 들어오니, 쌍둥이 플랫폼을 새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도메인만 살짝 바꾸니 올해 인수한 미국 기업 위시의 '위시 플러스'도 튀어나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사이트 주소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진 다 똑같죠. 똑같으니까 하나의 페이지인데…큐텐 베이스로 올라오면 모든 게 다 통합이 되고 이거 다 큐텐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큐텐의 사업 국가 약 10곳 나라별로 돈주머니를 만들어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계열사 돌려막기와 관련해 불법적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특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자산을 미리 해외로 빼돌린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자기 돈도 아닌 셀러들의 판매대금을 글로벌 은행 체인처럼 두고, 가져다 쓴 셈입니다.
SBS Biz 오서영입니다.
[앵커]
큐텐이 전 세계 이커머스 자금을 통합시스템 속에서 법인별로 그대로만 썼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큐텐은 이 돈을 이용해 큐텐왕국을 키우면서 무리수를 뒀는데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은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정동진 기자입니다.
[정동진 기자]
큐텐 시스템으로 설계된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에선 미정산 사태가 본격화한 날에도 대금 정산이 '정상' 처리됐다고 나옵니다.
[판매자 1 : 주지 않은 돈인데 준 것처럼 전산에는 나와 있다는 거죠.]
전산엔 출금 표시인데, 출금 히스토리는 없습니다.
[판매자 2 : 실질적으로는 이거 자체가 다 미수금인 거예요.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요.]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이야긴데, 큐텐의 전직 운용부서 직원은 큐텐 정산시스템이 자금의 관리뿐 아니라 악용도 쉽다고 말합니다.
[전직 큐텐 직원 : 내부 직원들 개입이 분명히 있었다. 분명히 출금이나 정산할 때 한 번은 개입이 있거든요]
애초에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문제가 됩니다.
[김윤후 /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자금들을 같이 한 데 모아서 정산하는 시스템 만들 수 있죠. 이 돈을 마음대로 융통하고 하면 이제 횡령이 될 수 있죠.]
더 중요한 건 큐텐이 이 시스템으로 판매자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셀러들이 제물이 됐다는 점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규모가 큰 셀러들을 골라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시켰는데 어쩐 일인지 제휴 은행은 셀러에게 과도한 대출을 내줬습니다.
셀러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새 플랫폼의 몸집을 키웠지만 판매대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김재윤 / 건국대 로스쿨 교수 : 유동성 위기라든지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특히 판매업자한테 고지하지 않고 속여서 이런 (정산) 시스템으로 오게 해서 결국에는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기망에 의한 사기다라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이틀째 구영배 대표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찰은 영장에 1조 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 Biz 정동진입니다.
[앵커]
티메프 사태가 확산하고 있는데, 판매대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이런 가운데, 큐텐이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들에 법인을 두고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김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성훈 기자]
2017년 작성될 걸로 보이는 큐텐의 전신, 지오시스의 지분 구조도입니다.
과거 구영배 대표 등이 세운 싱가포르 지오시스 법인 아래에 계열사 한 곳의 소재지에는 'CAY', 케이맨 제도의 약어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 법인은 2013년 지오시스가 중국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위해 세운 합작 법인인데, 소재지는 조세피난처에 둔 겁니다.
이 기간 큐텐에서 일했던 A 씨의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A 씨는 전산 작업 중에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 최소 세 곳으로 자금이 오간 걸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자금 일보라는 걸 작성하잖습니까. 제가 본 것만 해도 세 군데였으니까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군도, 케이맨 제도 이런 곳이요. (자금이) 들어오고 나간 걸 제가 봤으니까….]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두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득을 빼돌리거나 탈세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병덕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 큐텐은 과거 사업 초기부터, 지분구조도 복잡하고, 사업 소재지들이 조세피난처와 얽혀 있는 등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수사당국은 다수의 조세피난처 법인을 포함한 모든 자금에 대한 추적에 당장 나서야 합니다.]
지오시스에서 간판을 바꿔 단 '큐텐테크놀로지'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자금 추적 조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련 내용 확인을 위해 큐텐 관계자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SBS Biz 김성훈입니다.
티메프 사태의 핵심에 낯선 이름의 쇼핑몰들이 있고 큐텐이 이곳을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정황 보도해 드렸죠.
이후 큐텐의 운영부서 소속 출신 직원이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잘 아는 수법이라는 겁니다.
지금부터 구영배 대표가 여러 회사를 인수해 하나의 왕국처럼 돈을 굴리는 과정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SBS Biz가 연속 보도해 드립니다.
먼저 오서영 기자입니다.
[오서영 기자]
티몬은 지난해 여름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 티몬비즈마켓을 만듭니다.
비슷한 시기 위메프의 쌍둥이 '위메프 플러스'도 생겨났습니다.
[피해 판매업체 대표 : 6월쯤에 (위메프) 담당 MD 통해서 플러스 계정을 알게 됐고 1천만원 정도 판매가 됐어요.]
왜 굳이 쌍둥이 플랫폼을 만든 걸까.
큐텐의 전직 운영부서 직원에게서 의외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돈주머니, 정산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중국) M18 사이트 인수할 때도 똑같이 그렇게 했거든요. 또 다른 큐텐 베이스의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 몰아넣은 다음에 기존에 있는 사이트는 그냥 없애버려….]
정산 시스템 실제로 보면, 이렇게 따로 Q통장이 생깁니다.
판매자는 '은행 계좌'가 아닌 이곳에서 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출금 신청합니다.
은행 계좌로 바로 오가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일종의 큐텐그룹의 중앙통제시스템이 하나 더 있는 겁니다.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에는 바로 이런 주머니 시스템이 없어 자금흐름이 한눈에 안 들어오니, 쌍둥이 플랫폼을 새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도메인만 살짝 바꾸니 올해 인수한 미국 기업 위시의 '위시 플러스'도 튀어나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사이트 주소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진 다 똑같죠. 똑같으니까 하나의 페이지인데…큐텐 베이스로 올라오면 모든 게 다 통합이 되고 이거 다 큐텐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큐텐의 사업 국가 약 10곳 나라별로 돈주머니를 만들어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계열사 돌려막기와 관련해 불법적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특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자산을 미리 해외로 빼돌린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자기 돈도 아닌 셀러들의 판매대금을 글로벌 은행 체인처럼 두고, 가져다 쓴 셈입니다.
SBS Biz 오서영입니다.
[앵커]
큐텐이 전 세계 이커머스 자금을 통합시스템 속에서 법인별로 그대로만 썼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큐텐은 이 돈을 이용해 큐텐왕국을 키우면서 무리수를 뒀는데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은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정동진 기자입니다.
[정동진 기자]
큐텐 시스템으로 설계된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에선 미정산 사태가 본격화한 날에도 대금 정산이 '정상' 처리됐다고 나옵니다.
[판매자 1 : 주지 않은 돈인데 준 것처럼 전산에는 나와 있다는 거죠.]
전산엔 출금 표시인데, 출금 히스토리는 없습니다.
[판매자 2 : 실질적으로는 이거 자체가 다 미수금인 거예요.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요.]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이야긴데, 큐텐의 전직 운용부서 직원은 큐텐 정산시스템이 자금의 관리뿐 아니라 악용도 쉽다고 말합니다.
[전직 큐텐 직원 : 내부 직원들 개입이 분명히 있었다. 분명히 출금이나 정산할 때 한 번은 개입이 있거든요]
애초에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문제가 됩니다.
[김윤후 /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자금들을 같이 한 데 모아서 정산하는 시스템 만들 수 있죠. 이 돈을 마음대로 융통하고 하면 이제 횡령이 될 수 있죠.]
더 중요한 건 큐텐이 이 시스템으로 판매자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셀러들이 제물이 됐다는 점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규모가 큰 셀러들을 골라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시켰는데 어쩐 일인지 제휴 은행은 셀러에게 과도한 대출을 내줬습니다.
셀러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새 플랫폼의 몸집을 키웠지만 판매대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김재윤 / 건국대 로스쿨 교수 : 유동성 위기라든지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특히 판매업자한테 고지하지 않고 속여서 이런 (정산) 시스템으로 오게 해서 결국에는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기망에 의한 사기다라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이틀째 구영배 대표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찰은 영장에 1조 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 Biz 정동진입니다.
[앵커]
티메프 사태가 확산하고 있는데, 판매대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이런 가운데, 큐텐이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들에 법인을 두고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김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성훈 기자]
2017년 작성될 걸로 보이는 큐텐의 전신, 지오시스의 지분 구조도입니다.
과거 구영배 대표 등이 세운 싱가포르 지오시스 법인 아래에 계열사 한 곳의 소재지에는 'CAY', 케이맨 제도의 약어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 법인은 2013년 지오시스가 중국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위해 세운 합작 법인인데, 소재지는 조세피난처에 둔 겁니다.
이 기간 큐텐에서 일했던 A 씨의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A 씨는 전산 작업 중에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 최소 세 곳으로 자금이 오간 걸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자금 일보라는 걸 작성하잖습니까. 제가 본 것만 해도 세 군데였으니까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군도, 케이맨 제도 이런 곳이요. (자금이) 들어오고 나간 걸 제가 봤으니까….]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두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득을 빼돌리거나 탈세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병덕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 큐텐은 과거 사업 초기부터, 지분구조도 복잡하고, 사업 소재지들이 조세피난처와 얽혀 있는 등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수사당국은 다수의 조세피난처 법인을 포함한 모든 자금에 대한 추적에 당장 나서야 합니다.]
지오시스에서 간판을 바꿔 단 '큐텐테크놀로지'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자금 추적 조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련 내용 확인을 위해 큐텐 관계자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SBS Biz 김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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