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엔비디아 독점' 균열?…심상치 않은 주가 변동성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8.02 10:39
수정2024.08.02 14:19

[앵커] 

이번 주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인공지능 관련주들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엔비디아 천하'는 이제 끝났다, 온갖 추측과 분석이 난무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커진 주가 변동성을 계기로 엔비디아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동안 낙관론에 눌려있었던 의구심이 표면화됐는데,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주가 흐름부터 봐야겠죠, 이번 주 '왕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기자] 

엔비이다의 주가가 말 그대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미국 현지시간 30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7%나 급락하면서 두 달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3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한때 1위 자리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은 2조 5천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고, 주가는 100달러 선도 위협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다음날 13% 가까이 급반등 하더니 하루 만에 다시 6% 넘게 빠졌습니다. 

엄청난 변동폭이죠. 

최근 10일간 변동성지수는 가상자산 비트코인보다 2배나 커질 만큼 심하게 요동쳤습니다. 

[앵커] 

원인을 짚어봐야겠죠, 먼저 급락한 배경부터 보죠. 

어떤 이슈가 주가를 끌어내린 건가요? 

[기자] 

우선 '큰 손 고객'인 애플이 엔비디아와 이별을 고했습니다.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엔비디아 대신 구글이 만든 칩을 사용한 건데요. 

이로 인해 견고했던 엔비디아의 독점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공개된 47쪽 분량의 논문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애플은 구글이 설계한 텐서 처리장치, TPU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바꿔 말하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로 학습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겁니다. 

학습용 AI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GPU와 맞설 적수가 없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인데, 이걸 애플이 깬 거죠. 

엔비디아는 현재 학습용 AI 반도체 시장에서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데요. 

챗GPT 개발사 오픈 AI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앤스로픽 등, 현재 내노라하는 인공지능 선두주자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애플의 선택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AI 반도체 시장에 변화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여기서 궁금한 건, 그렇다면 애플은 왜 엔비디아 대신 구글을 선택했을까요? 

[기자] 

비싼 가격과 공급 부족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제품 가격은 개당 4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줄을 서야 할 지경인데요. 

반면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구글의 최신 TPU는, 칩을 사용하는 데 시간당 2달러도 안 된다는, 상당한 비용 메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당장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엔비디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글의 TPU가 가진 잠재력을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용, 추론용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구글의 TPU는 필요에 따라 AI 모델 구축과 훈련에 사용되는 학습용, 또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정교한 결과를 생성하는 데 최적화된 추론용, 두 가지 모두 가능합니다. 

극단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범용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얘긴데요. 

업계에선 구글이 본격적으로 외부 고객용 TPU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학습용 AI반도체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엔비디아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죠. 

경쟁사들의 제품 수준이 격차를 줄이고 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요. 

앞서 전해드린 구글은 6세대 TPU '트릴리움'을 앞세워 올해 말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애플은 TSMC와 손잡고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추론용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 중이고, 오픈 AI 역시, 자체 칩 개발을 위해 우리 돈 9천3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유치와 함께, 브로드컴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밖에 인텔은 가우디 3 가속기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고요. 

삼성전자도 차세대 비밀병기로 불리는 AI 가속기 '마하-1' 개발에 전력을 쏟아부으면서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애플 아이폰부터 테슬라, 인텔까지 손만 대면 성공을 거둔 반도체 업계의 전설, 짐 켈러도 주목해야 하는데요. 

최근 켈러의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새로운 AI칩, 웜홀 AI 가속기를 공개했는데, 현재 AI 가속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HBM칩을 사용하지 않고, 그래픽카드에 사용되는 고속 GDDR6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더넷을 통한 확장구조의 전성비와 가성비를 모두 갖췄다고 하는데요. 

향후 서버 노드 단위로, 슈퍼컴퓨터로 확정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되면 엔비디아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왕의 자리'가 불안해 보이긴 하는군요.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또 관련 기업들의 사업성과도 직결돼 있잖아요? 

[기자] 

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의 성적도 엔비디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앞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자본 지출을 확대하면서, 시장에서는 늘어난 지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투자한 만큼 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최근 이들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여기에 이달 중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한층 더 강화시키겠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엔비디아가 휘청하면서 그 불똥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관련 업종에 그대로 튀었잖아요? 

[기자]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애플의 구글 칩 사용 소식에 주가가 한때 19만 원 선 아래로 떨어졌고요.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 역시 이달 들어 27% 하락했고, 지난달 14일 최고가와 대비해서는 36% 하락하는 등 밸류체인에 묶인 기업들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기술주가 줄줄이 폭락하면서 '믿음의 매수'를 이어가던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 엔비디아 주식 5억 920만 달러를 순매도 하면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앵커] 

엔비디아를 둘러싼 악재들 짚어봤고, 그럼 다음날 바로 급등세로 돌아선 건 왜 그런 건가요?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었나요? 

[기자] 

폭락 바로 다음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3% 가까이 급등 마감했는데요. 

모건스탠리가 엔비디아를 '최고 선호주' 리스트에 올리면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조제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하락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좋은 진입 시점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목표 주가를 144달러로 올려 잡았는데요. 

"시장이 기업들의 대형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 계획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멀티모달 생성 AI 개발에 자원을 계속 투입하려는 분명한 욕구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드라이브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는데,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해석입니다. 

현재로선 시장에 엔비디아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짚어드린 대로,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관련 기업들의 성적에 따라 주가도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임선우다른기사
[글로벌 비즈] 구글, 4분기 실적 예상치 하회
[글로벌 비즈 브리핑] "무역전쟁에 아시아 기술주 떨어진다"…모건스탠리의 경고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