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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은행 대출 막힌 벤처, 니가 살렸구나

SBS Biz 정동진
입력2024.07.26 11:07
수정2024.07.26 14:54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중소·벤처기업 대상 대출을 크게 줄인 가운데, 그 빈자리를 기업은행이 채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 공급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1조3천억 원,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1조 원 증가했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는 노력의 결과" 라고 말했습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하반기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유망‧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벤처기업에대한 기업은행의 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시중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확대가 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기업 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습니다. '벤처판 불황형 대출'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은행연합회와 금감원의 금융통계 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잔액은 1년간 약 3조3천억 원 늘었지만, 4대 시중은행(KB·우리·하나·신한)의 경우 약 21조 줄었습니다.
 

기술신용대출이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로,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입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약 28조4천억 원 증가했습니다.

벤처협회 관계자는 "벤처 투자 불황 등 벤처업권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은행을 통한 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벤처기업의 대출 부문에 대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5.1이었습니다. BSI가 100보다 낮다는 건 기업이 업계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단 뜻입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출 지표가 상당 부분 개선됐는데도 벤처업계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은 꽤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려했습니다. 또 "고금리 장기화에 부실채권 우려가 커진 것은 이해하지만, 담보대출이나 대기업 중심의 대출만 시행하는 은행권의 행태는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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