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운용사 ETF 리브랜딩 붐…간판 교체 '약발' 있을까
SBS Biz 조슬기
입력2024.07.23 16:50
수정2024.07.23 18:44
요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중소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 교체 붐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브랜드명을 직관적으로 교체하고 슬로건과 사업 방향을 재구축하는 모습인데요.
한화자산운용은 오늘(2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PLUS ETF 브랜드 출범식'을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15년 만에 ETF 브랜드명을 기존 'ARIRANG'에서 'PLUS'로 교체했습니다.
권희백 한화운용 대표이사는 "PLUS는 ETF 시장의 발전을 견인하면서 가치를 더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담은 브랜드"라며 "고객의 자산을 지키고 일상을 넘어선 가치를 실현해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고민과 의지를 담았다"고 ETF 브랜드 교체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앞서 KB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KB금융그룹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기존 'KBSTAR'에서 'RISE'로 ETF 브랜드명을 바꾸고 기업 이미지(CI)와 슬로건 등을 교체했습니다.
새 ETF 브랜드명인 RISE의 슬로건은 '다가오는 내일, 떠오르는 투자(Rise Tomorrow)'로 개인투자자들의 더 건강한 연금 투자를 돕겠다는 포부를 담았다는 게 KB운용 측 설명입니다.
아울러 ETF 리브랜딩을 통해 7%대 부근에서 정체된 ETF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려 확실한 3위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한화운용과 KB운용이 ETF 브랜드 간판을 잇따라 교체한 배경과 관련해 경쟁사들의 리브랜딩 효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바꾸고 특색있는 미국 채권형과 주식형 ETF를 선보이며 약진을 거듭해 온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5조 원대 후반이었던 ETF 순자산 규모를 반년 사이에 10조 원대로 키우며 ETF 시장 내 점유율을 4.9%에서 6.7%로 대폭 끌어올리며 업계 3위 KB운용을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입니다.
KB운용 역시 ETF 순자산 규모를 같은 기간 20% 이상 늘리며 나름 파이를 키웠지만 점유율은 올해 초 7.9%에서 7.7%로 더 낮아져 내부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입니다.
한투운용보다 앞서 ETF 브랜드명을 'SMART'에서 'SOL'로 바꾼 신한자산운용도 교체 당시 1%를 밑돌던 점유율을 올해 상반기 2.98%까지 끌어올리며 리브랜딩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요.
이 또한 2%대 초반 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화운용을 움직이게 만든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보수 인하 전략 만으로는 대형 운용사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ETF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KODEX와 TIGER 두 골리앗 사이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한투운용과 신한운용이 보여준 셈인데요.
작년 말까지만 해도 120조 원대였던 ETF 시장이 반년 사이에 150조 원을 넘어 어느덧 160조 원을 바라 볼 정도로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중소형 운용사들에게도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린 상황입니다.
이러한 리브랜딩 움직임은 다른 중소형 운용사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화운용과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 중인 키움투자자산운용도 'KOSEF'와 'HEROES'로 양분된 ETF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우리자산운용도 ETF 브랜드명을 기존 'WOORI'에서 'WON'으로 바꾸고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ETF 리브랜딩보다 얼마나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ETF 상품을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기존 KODEX나 TIGER처럼 ETF 브랜드명만 듣고도 운용사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떠올릴 수 있는 상품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ETF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상품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리브랜딩을 뒷받침할 만한 경쟁력있는 ETF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자 투자자들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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