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페달 블랙박스는 사후책…급발진 의심 사고 예방책은
SBS Biz 신채연
입력2024.07.19 15:42
수정2024.07.23 18:43
최근 차량 급발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책임이 차량에 있는지 또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에 있는지 따지는 수단일 뿐, 정작 사고 예방은 불가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오늘(20일) 업계에 따르면 사고를 줄이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엔진 회전수 급증 같은 비정상 조작이 감지되면 차량이 경고음을 내고 제동하거나 감속하는 장치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해 밟는 사고가 많기 때문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급발진 추정 사고로 접수된 269건의 사례 중 203건, 75%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93건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급발진 사고로 인정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日,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일본이 어떻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정착시켰는지 살펴보고,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탑재된 차가 판매됐으며, 2022년에는 신차의 약 90%에 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페달 오조작에 따른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 의무화도 추진 중입니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전장치는 정지 시에 차량 전방과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합니다. 장애물을 1∼1.5m 앞에 둔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거나 시속 8㎞ 미만 속도로 부딪히도록 가속을 억제합니다.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도 표시됩니다.
국내서도 '페달 오조작 방지' 연구 나서
국내에서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 연구를 시작했으며, 다음 달 연구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급발진 주장 사고가 증가 추세이지만, 대부분 운전자 페달 오조작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고로 인한 사상자 감소를 위해 페달 오조작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에 처음으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해당 기능은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전·후방에 장애물이 가까이 있을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급조작하는 경우 가속 제한, 긴급 제동을 통해 충돌 피해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김 교수는 "급발진 자체를 예방하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해 밟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개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잘못의 책임을 따지는 증거로만 쓰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하거나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누르고 있는지 계기판에 표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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