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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사정까지 신경써야…EU 공급망 실사지침 발효에 '발등의 불'

SBS Biz 신성우
입력2024.07.08 17:12
수정2024.07.08 18:02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지난 5월 24일 유럽연합(EU) 이사회 최종 승인을 거쳐, '공급망 실사 지침'이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달 중 EU 관보에 게재될 것으로 전망되며, 게재 후 20일 뒤부터 발효됩니다.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은 역내 기업의 경우 연간 전세계 순 매출 규모가 4억5천만유로를 넘고, 평균 직원 수가 1천명을 초과하는 대형 기업에 적용되며, 역외 기업의 경우 4억5천만유로의 EU 역내 순 매출액만 고려합니다.

해당하는 기업들은 자체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공급사와 협력사의 활동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공급망의 범위는 원자재 공급, 부품 제조 등 업스트림 협력사의 활동과 생산 제품의 유통, 운송, 보관 등 다운스트림 협력사의 활동을 모두 포함합니다.

실사는 인권과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대상으로 합니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 제조사는 반도체와 광물, 플라스틱 등 공급사와 운송 및 유통사들이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는지, 인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을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같은 실사의 이행 내용을 연 1회 공시해야 합니다. 실사 의무를 위반할 시, 전세계 순 매출액의 5% 이상을 최대한도로 벌금을 부과받습니다.

협력사 환경·인권 문제 모니터링…"기업 부담 커진다"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 ESG 규제에 국내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45년까지 협력사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4 현대차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협력사 제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탄소다배출 공정을 체크해 감축을 지원합니다.

환경 부분 외 인권 리스크도 모니터링합니다. 올해부터 해외 공급망에 대한 강제노동, 노동인권 문제 현장실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정기 ESG 평가를 통해 협력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근로 여건 및 인권, 윤리경영, 온실가스, 환경 등 분야에 대해 서면심사하고, 이후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현장실사를 진행합니다.

올해부터는 N차 공급망을 연결한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공급망 추적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기업들은 자체 ESG 활동만으로도 분주한데 협력사들의 사정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해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ESG 공공 데이터 플랫폼 구축해야"

협력업체에 대한 공급망 실사 체계의 구축과 정보 공개를 요구받는 대기업들도 문제지만, 고객사에게 일일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에게도 압박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은 "최근에 면담한 한 중소기업은 1년에 50여개 기업이 ESG 정보를 요구한다고 한다"며,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긴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김동수 소장은 "국가 차원에서 ESG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협력사의 온실가스 정보가 필요하다면 중소기업들은 그 정보를 공공 데이터 플랫폼에 올리고, 이 정보가 필요한 대기업들은 플랫폼에서 받아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ESG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이는 기업들의 영업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EU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자동차 부품, 2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EU 공급망 실사지침 영향을 점검하고 중소, 중견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유럽 수출 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 경제 전체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EU 수출만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늘려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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