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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만의 '슈퍼 엔저'…170엔선 무너지나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7.05 10:38
수정2024.07.05 11:07

[앵커]

이른바 '슈퍼 엔저'에 일본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지난 3월, 금리를 올리면서 엔저 현상이 이제 끝날 것이란 보도가 나왔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엔저는 오히려 더 깊숙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번주 들어 엔달러 환율은 37년 반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등을 기대하고 미리 엔화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에게선 '도대체 어디가 바닥일까?

이 질문에 힌트를 얻기 위한 다급함이 엿보입니다.

엔화가 왜 떨어지고, 어디까지 떨어질까요?

이한나 기자, 지금 어디까지 내려갔나요?

[기자]

지난 1일이죠. 엔-달러 환율은 161엔선도 돌파하면서 장중 161.72엔까지 올랐습니다.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0엔대에 머물러 있었고, 당시 150엔선에 근접하고 있다고, 위기 수준이라고 보도가 쏟아졌었는데요. 불과 반년 만에 엔달러 환율은 20엔이나 폭등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엔화 가치가 단기간에 20엔이나 폭락했다는 거죠. '슈퍼 엔저'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엔화 가치가 왜 이렇게 떨어지는 겁니까?

[기자]

슈퍼 엔저의 구조적인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상단은 각각 5.5%, 0.1%입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미국 4.46%, 일본 1.05%로 차이가 큰데요. 글로벌 투자자가 채권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시장으로 몰림에 따라 엔화의 상대적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들 예상을 했는데, 이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엔화가치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지난 3월에 일본은행이 한 차례 올리긴 했죠. 아시다시피 마이너스 0.1%에서 0.1%로 찔끔 올렸습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인상 뒤에 일본은행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일본 정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의 국가 부채는 GDP 대비 260%에 육박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부 1년 예산의 25% 정도를 원리금 갚는 데 쓰는 건데,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국채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비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추가 금리인상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지목됩니다.

[앵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기자]

네, 엔화 가치가 이렇게 급락하는 동안 일본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4월 29일 환율이 장 초반 160엔을 찍자, 일본 정부는 보유한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방어에 나섰습니다.

당시 무려 620억 달러, 우리돈 85조원이 넘는 외환 보유액을 소진했는데요.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결국 두 달 뒤, 161엔 선마저 무너진 겁니다.

FX스트리트는 "지금은 일본 정부가 개입을 해도 시장 흐름을 바꾸기 어렵고 거의 무용지물일 것이다"며 "일본 정부도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긴데, 어디까지 갈까요?

[기자]

네, 월가에서도 엔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는 9월까지 달러당 163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170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뱅가드 그룹은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일본 채권 금리를 높이는데 실패할 경우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70엔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고요. 미쓰이스미토모 DS자산운용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일본 당국의 말이 거래자들로 하여금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당 150엔까지 강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엔화 가치는 170엔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는데요. 현재 시장에선 3분기에 달러당 175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요?

슈퍼 엔저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일본은행이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움직여주면 됩니다.

블룸버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미스터 엔(Mr. Yen)'으로도 표현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일본의 조심스럽고 느린 움직임이 환율 결정에 있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는데요. 때문에 일본은행 대신 미 연준 통화정책이 사실상 엔화 가치를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엔화 흐름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낮은 통화 가치는 양날의 칼과 같은 거잖아요?

[기자]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는 득이 되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호재입니다.

외국인이 환전하면 더 많은 엔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만 해도 일본 여행 열풍이 불고 있고, 올해 들어 엔화 예금이 폭증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저가 만성화 됐다는 게 문제인데요. 만성화된 초엔저는 휘발유, 원자재, 식료품 등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킵니다.

[앵커]

엔저는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습니다.

경합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치열한 경쟁 관계라는 거죠.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물건을 세계 시장에 판다고 할 때,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어 우리에겐 불리합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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