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산업 막전막후] SK, 군살 빼기 돌입…AI·반도체 빼고 다 뜯어 고친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4.07.04 16:45
수정2024.07.04 17:13

[앵커] 

재계 2위, SK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사활을 겁니다. 

사업재편 방향성을 두고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소 요란했었는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특명과 함께 사장단이 모인 SK그룹 경영전략회의를 거치면서 대내외 입소문은 잠잠해진 모양새입니다. 

SK그룹은 일단 '적자'를 이어가는 분야에서는 구조조정을, AI·반도체 분야에서의 투자는 확대할 방침입니다. 

산업부 이민후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일단 구조조정, 리밸런싱 얘기부터 해보죠. 

[기자] 

'서든데스' 경고등을 울린 SK그룹이 대수술에 나섰습니다. 

크게 3가지 범주로 볼 수 있는데요. 

'계열사 통폐합'으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거론되고요. 

'자금 확보'를 위해서 SK IET, SK팜테크, SK네트웍스 지분 매각과 전기차 관련해 중복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인적 쇄신'도 이뤄졌는데요.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표면적으론 자진사퇴를 했고요.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OO)는 10개월 만에 해임됐습니다. 

[앵커]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하나씩 좀 알아보죠. 

지난달에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전체 계열사 수 줄이겠다고 했잖아요. 

계열사 통폐합, 어떤 방향에서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사업 재편의 큰 축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입니다. 

SK온으로 촉발된 재무 부담을 모회사인 SK이노와 다른 계열사인 SK E&S가 떠맡겠다는 구상입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조 원가량을 투자했는데요. 

문제는 SK온이 출범 후 10개 분기 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는 점입니다. 

10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해도 2조 5천876억 원에 달합니다. 

SK이노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올해도 7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매년 1조 원 이상 벌어다 주는 알짜회사인 SK E&S의 현금창출 능력을 빌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직까지 명확한 합병 비율 등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됐고 최 부회장의 최측근인 최영찬 사장이 SK E&S 대표로 취임하면서 양사 간의 합병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주식시장에서 반응이 컸었던 거 같은데 지켜봐야겠네요. 

지분매각 소식도 이제 좀 구체화되는 단계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시가 중국 법인 지분 50%를 넘겨서 4천740억 원을 챙겼고요. 

SK그룹은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입니다. 

SK네트웍스는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SK렌터카 지분 전량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에 8천200억 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SK IET의 지분매각도 조만간 이뤄질 텐데요. 

다음 주부터 SK이노베이션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등에게 매각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낼 예정입니다. 

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가 보유한 미국 버지니아 공장을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3년 내 목표인 30조 원 잉여현금을 만들려고 고군분투네요. 

또, 눈에 띄는 점은 비상경영을 선언했어요? 

[기자] 

SK온이 지난 1일 비상경영을 선언했습니다. 

SK온은 이석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습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 직급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올해 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해외 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SK온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도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일단 '비상경영'은 SK온에 그쳤지만 이 같은 허리띠 졸라매기가 향후 주력 계열사로 번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각 사별로 유연하게 실시하기로 했으니 또 지켜봐야겠네요. 

그렇다면 SK의 구조조정 배경이 뭔가요? 

[기자] 

쌓인 부채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5월 발표한 SK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그룹 전체 총자본을 146조 원, 총부채를 177조 원으로 인식했는데 부채비율을 121%로 추산했습니다. 

2020년 87%에서 34%p 증가한 겁니다. 

일단 SK그룹은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인데요. 

그룹 내 2인자, 최창원 SK수펙스위원장은 방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사업 비효율, 기강 해이 등에 원인을 찾으며 이를 뜯어고쳐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반도체 한파, 전기차 캐즘 예측을 실패한 SK그룹 경영진들의 경영판단 실책도 주요했다는 지적은 피할 순 없습니다. 

[앵커] 

사실 경영진이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맞지만 지금 SK그룹의 사업구조도 문제로 꼽히잖아요? 

[기자] 

SK그룹의 주요 사업인 반도체, 전기차, 수소에너지는 모두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업종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이런 산업들은 차입 이후 설비투자에 자금이 소진되는데요. 

이후 수요 공백, 즉, 판매가 저조하면 앞서 빌린 차입금이 재무적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특성을 지닙니다. 

SK그룹이 체질전환을 강조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선 이유입니다. 

[홍기용 /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돈이 의외로 많이 들어가는 그런 분야기 때문에 기술에 맞는 확장적 재투자는 끊임없이 일어나거든요. 재무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 볼 수밖에 없는 거고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는 거거든요.] 

[앵커] 

일단은 구조조정 얘기는 이렇게 마무리하고요. 

미래 방향성에 대한 얘기도 나왔잖아요? 

[기자] 

지난달 열린 SK그룹 2024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최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AI 밸류체인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AI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반도체 전담조직도 꾸렸습니다. 

SK수펙스 상설위원회 중 특정분야의 위원회를 세운 건 처음인데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는 전략·글로벌위원회, ICT, 인재육성, 환경사업, 커뮤니케이션, SV, 거버넌스 등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반도체가 이례적으로 추가된 겁니다. 

[앵커] 

일단 돈 벌어오는 반도체를 키우겠다는 거잖아요. 

SK가 오는 2026년까지 80조 원을 마련해 AI랑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사실상 불확실성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SK그룹은 '경영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능력과 지분매각, 사업정리가 재원확보방안으로 검토됩니다. 

문제는 자력으로만 해낼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박주근 / 리더스인덱스 대표 :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계획은 세웠겠지만 3, 4년간 그 실적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는 거죠. 회사 매각 같은 경우도 충분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IPO 통해서 외부 자금도 조달을 해야 될 텐데 그런 것도 자본시장에 의존해야 되는 거잖아요. SK그룹 입장에서는 불확실성들은 분명히 있는 거죠.] 

외부환경에 취약한 상황에서 SK그룹의 미래 공약마저 불투명한 가운데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 역시 사업재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민후다른기사
LGU+, 150억 규모 국방부 MW통신망 고도화 사업 우협 선정
고려아연·MBK, 공개매수가 8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