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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올드보이의 귀환…DL이앤씨, 반년만에 주택사업본부장 교체

SBS Biz 신성우
입력2024.07.02 11:47
수정2024.07.02 19:18

[박상신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

DL이앤씨의 주택사업을 책임지는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DL이앤씨는 박상신 전 진흥기업 대표를 주택사업본부장이자 DL건설 대표로 선임한다고 어제(1일) 공시했습니다. 박상신 본부장은 다음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도 선임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곽수윤 전 DL건설 대표가 새롭게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지 대략 반년만입니다. 자회사의 CEO가 본사의 주택사업본부를 맡게 되면서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말도 나왔었는데, 이례적으로 반년만에 주택본부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곽수윤 전 본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사업 '사면초가'…'주택통' 소방수 투입

박상신 본부장은 주택사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대림산업의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18년과 2019년에는 대림산업의 대표도 겸했습니다.

이후 회사를 떠나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효성 계열사 진흥기업의 대표를 맡아왔는데, 약 3년만에 회사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1962년생, 올드보이의 귀환입니다.

반년만에 주택본부 수장이 바뀐 점과 '주택통'으로 여겨지는 올드보이를 귀환시켰다는 점은 그만큼 DL이앤씨의 주택사업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택사업은 DL이앤씨의 핵심 사업입니다. 플랜트 부문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주택 부문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경쟁사들처럼 해외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현재 DL이앤씨의 주택사업은 실적이 잘 나오는 것도, 수주를 많이 따내는 것도 아닙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 DL이앤씨의 주택 부문은 매출액 감소율이 전분기 대비 확대되는 한편, 원가율 개선은 아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91.9%였던 주택 부문 원가율은 올해 1분기 93%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올해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비사업 수익성이 떨어지자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진 탓인데, 하반기 굵직한 사업장들의 입찰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변화가 필요합니다. 

맡길 인물이 없다…올드보이에 손 내민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외부 올드보이를 데려온 것은 그만큼 내부에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마창민 전 대표가 사임하는 시점에, DL이앤씨는 임원 10여명과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전체 임원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로, 주택과 토목 부문 임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L이앤씨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외부 인사이자 비건설인 출신인 서영재 대표를 도울 인물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회사 사정에 밝으며, 주택사업본부를 오랫동안 맡아왔던 인물에게 손을 내민 이윱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대표와 주택사업본부장을 교체하며 DL이앤씨는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이 위기임을 스스로 직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DL이앤씨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는 새로운 인물들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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