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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존심 팍 구겼다…유로2024 광고판 점령한 이 기업들

SBS Biz 오수영
입력2024.07.02 04:54
수정2024.07.02 07:54

중국 기업들이 독일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광고시장을 대거 점령하는 등 개최국 독일이 자존심을 구겼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1일) 유럽축구연맹(UEFA)에 따르면 이번 대회 글로벌 스폰서 13곳 가운데 5곳이 중국 업체입니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것은 물론이고, 독일(3곳)과 프랑스·몰타(각각 1곳) 등 유럽 전체와 같은 숫자입니다.

미국 업체는 코카콜라와 부킹닷컴 등 2곳입니다.
 
[독일 본 인근의 한 자동차 판매장에서 EURO 2024를 맞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독일 국기로 차를 장식해 놓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스폰서 기업들 중 눈길을 끄는 업체는 BYD로, 지난달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추가관세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통상분쟁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전기차 업체로선 최초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비야디는 경기장 안팎 광고에 더해 셔틀버스도 300대 투입했습니다.

앞서 3년 전 대회에서 자동차 스폰서는 독일 대표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이었는데, 이번엔 자존심을 구긴 겁니다.

나머지 중국 업체 3곳은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VIVO),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 온라인 결제업체 알리페이입니다.

독일은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와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 작업용 의류를 만드는 엥겔베르트 슈트라우스가 참여했습니다.
 
[중국 BYD가 생산한 전기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최국 독일은 물론 유럽이 자존심 상하는 건 자동차와 스폰서 기업 수뿐만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럽이 디지털 전환에서 미국이나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현실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을 지낸 언론인 벨라 안다는 시사매체 포쿠스 기고를 통해 "미래를 대표하는 독일 기업은 어디 있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완전히 잃었나"라며 한탄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8위인 중국이 유로2024에 공들이는 이유는 이른바 '축구 굴기'로 불리는 국가 정책의 영향은 물론이고, 국내외 축구팬을 겨냥한 홍보와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짚었습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와 알리페이를 거느린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 그룹은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보는 노키아와 특허 분쟁으로 독일에서 철수했다가 최근 재입성해 이미지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한다'는 것을 뜻하는 '스포츠 워싱'이라고 꼬집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포츠경제학자 클라우스 브뤼게만은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시장 확보와 이미지를 위해 스포츠워싱을 하는 게 분명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독일 국가대표 출신으로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카를 하인츠 루메니게는 앞서 지난 2017년 "중국에 (바이에른 뮌헨) 팬이 1억 3600만명"이라며 중국 축구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말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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