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어렵다" vs. "업종별 낙인"…'구분 적용' 공방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6.25 16:37
수정2024.06.25 16:40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정시한을 이틀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간 기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부터 날을 세웠습니다.
사용자 측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의 상한이라는 중위임금 60%를 빠르게 넘은 상황에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어렵지만, 특히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넘는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들은 현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개인사업자 폐업률과 대출 연체율을 근거로 제시하며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류 전무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8%p 높아졌고, 폐업자 수는 91만1천명으로 11만1천명 증가했다.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어려웠던 팬데믹 때보다도 더 높은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들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실을 고려해 더 이상의 최저임금이 적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 지급 의무주체인 취약 사용자 집단의 지불 능력"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여건 아래서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고, 이는 곧 낮은 지불 능력, 이로 인한 높은 미만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72만3천원을 번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신용데이터 조사를 인용해 "올 1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이 4천317만원으로 1년 전보다 7.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1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향후 경기 전망은 하락하고 있다"며 "6월 중소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년 동기 대비 11.7p 하락한 상태이며, 소상공인들의 체감 BSI는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4p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불 능력이 취약한 사용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구분 적용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박했습니다.
근로자 측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약 37년간 유지해 온 단일 적용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구분 적용이 시행된다면 구분 업종으로 선정된 업종은 취업 기피로 인력난 심화, 낙인 효과로 사양사업 가속화, 각종 행정통계 분란 초래 등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매우 우려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밝힐 명확한 근거의 구조, 사용자의 법 준수 의식 차이, 기업 규모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기에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류 사무총장은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경영난의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우리나라 시장 구조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자영업 비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들을 향한 임대료 횡포, 가맹 및 프랜차이즈 수수료, 카드 수수료, 대기업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인한 과다 경쟁 등 우리 사회의 불공정 거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98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전신인 보건사회위원회 회의록을 제시했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당시 한진희 차관은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획일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을 업종별로 지역별로 구분해서 한다면 그것이 무슨 최저임금이냐'고 했고, 법을 제정하던 전문위원들 역시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임을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생산량도, 경제규모도 적었던 40년 전에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최저임금이라고 했는데, 사문화된 법을 살리겠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회귀하자고 하는 주장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구분 적용을 하는 독일의 경우에도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는 경우에만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한다"며 "더구나 독일은 산별 노조를 통한 초기업 교섭이 우리나라보다 발달돼 있어서 교섭력이 강한 노조를 중심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업종별 임금을 정하고 있는 걸 알고 계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구분 적용 논의를 멈추고 사용자 측이 말하는대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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