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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뉴진스 홍역' 크래프톤, 게이머 비난할 자격 있나?

SBS Biz 이민후
입력2024.06.24 14:17
수정2024.06.26 12:56

[배틀그라운드 x 뉴진스 컬래버레이션 (사진=크래프톤)]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PUBG)사의 모회사 크래프톤이 아이돌 '뉴진스'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에 대한 일부 게이머들의 오용을 지적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일 공지를 올려 'PUBG x 뉴진스 캐릭터 착용 아이템 관련 게임 내 조치에 대한 안내'를 통해 캐릭터의 부적절한 이용을 한 게이머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래프톤은 "최근 일부 유저들이 뉴진스 캐릭터를 사용하여 부적절한 게시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양측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모든 팬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골자는 게이머들이 산 아이템에 대해 게임 내 커스터마이징(꾸미기) 시스템 일부 이용을 가로막고 시스템을 이용한 게이머들에 대한 제재 예고입니다.

크래프톤은 일부 게이머들이 해당 아이템을 대상으로 자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사가 판매한 아이템을 게이머들이 일부 오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대처에 여론 역시 해당 아이돌이 미성년자이고 게임 내 구현된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점이 부각돼 '성희롱' 여부의 잣대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아이템은 누가 만들었나요?
오용을 바로잡는 건 게임사의 사회적 책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구심이 드는 점은 '크래프톤이 게이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만큼 이 논란에서 자유롭냐'는 겁니다. 

아이템의 판매·설계·제작·활용은 전적으로 게임 제작사인 크래프톤의 의도대로 설정됐습니다. 

크래프톤은 '유료'로 뉴진스 콜라보 아이템을 판매했고 게다가 매출 극대화를 위해 논란이 많은 '확률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아이템을 구매한 게이머가 '커스터마이징' 가능하게끔 제작했고 '유저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해당 아이템을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놨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크래프톤의 이같은 상품 구성에 동의하고 구매했습니다. 

가령, 한 주최사가 '촉각'을 주제로 한 조형물 전시회를 열었다고 가정해보죠. 전시회 측에서는 '만져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한 관람객이 '만져도 된다'는 얘기에 조형물을 만졌더니 무너졌습니다. 사회적으로 관람객에게 부주의했다며 손가락질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전시회 측이 관람객에게 배상 의무를 지운다면 지탄받아야 마땅합니다. 일차원적으로 '만져도 된다'고 안내한 전시회 측은 제대로 된 안내 없이는 무너질 것을 기대하지 못했을까요?

이같은 부작용을 기대하지 못했다면 주최 측의 리스크 관리 실패입니다. 기대했다면 소비심리를 자극한 상술에 불과합니다.

성능이 왜 달라졌나요?
구매 시 안내한 내용과 구매 이후 성능이 변경된 부분도 들여다볼 부분입니다.

크래프톤은 이번 변경사항을 '아이돌 무대 의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전 협의를 바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안내는 상품 판매가 진행된 지난 12일 이후 8일이 지난 시점에 공지됐습니다.

한 재화의 구매 의사는 유사한 재화와의 엇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것이란 합리적인 기대감에 근거합니다.

가령, A사의 스마트폰을 살 경우에는 해당 제품으로 우리는 통상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인 통화·촬영·검색·게임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만약 해당 제품이 '게임'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매사에서 밝혔으면 '게임' 기능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사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상품의 사용범위와 사항을 알리는 건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저조한 판매량을 스스로 감수하는 책임을 진다는 약속입니다.

하지만 판매사가 해당 제품이 '게임'을 지원할 것처럼 판매한 후 8일 뒤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고 통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게이머들은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크래프톤은 이전에 콜라보한 수많은 연예인들과는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게이머들에게 이를 알려왔습니다. 앞서 비슷한 협업을 진행한 걸그룹 블랙핑크 계약에서는 소속사 YG는 게임 아이템에 블랙핑크 멤버 얼굴을 포함하지 않도록 조치해 판매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게이머들 역시 아이템의 사용범위를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게이머들은 입장문을 내고 '귀책 사유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있다는 크래프톤의 면피성 입장에 대해서는 규탄한다'며 전액 환불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환불 받을 수 있을까요?
현행법상 불완전한 아이템의 환불은 게임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게임 재화 구매와 환불'과 관련해 명문화된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에서 따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사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약관에 좌우받습니다.

실제로 크래프톤을 비롯해 대부분의 게임사는 약관·운영정책에 "게임 서비스나 아이템, 캐릭터 등을 이용자의 개별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게임사가 갖는다"는 필수동의 약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이용약관 중 일부 (사진=배틀그라운드 홈페이지)]

크래프톤 역시 제11조6항에서 '회사는 게임서비스 품질 향상, 밸런스 조정 등을 목적으로 일체의 인 게임 아이템(무기, 의상, 스킨 등)을 변경, 대체, 무효화 또는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합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게이머가 사실상 게임 내 접속할 때 위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결국 유료로 구매한 아이템의 제공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게이머들이 대응할 수단이 없는 실정입니다.

크래프톤은 이와 관련해 "논의된 조치 방안에 대해 추가로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입니다. 

크래프톤이 유명인들과의 콜라보 스킨 중 이중 확률형(확률형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를 통해 다시 확률형을 시행하는 방식) 아이템을 도입한 건 뉴진스가 최초입니다.

동시에 크래프톤은 고작 하루 만에 확률형 아이템의 표기에서도 실수가 불거지면서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게이머에게 불리하게 짜여진 이 판에서 본인들 입맛대로 상품을 출시한 크래프톤은 자신의 고객이자 가족인 게이머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쏜 화살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제때를 놓쳐 속으로 곪아서 내상을 남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수습하고 치료해 흉터로 남길지는 크래프톤의 몫으로 남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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