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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첫 시총 1위…'거품론' 걷힐까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6.21 10:45
수정2024.06.21 11:31

[앵커]

엔비디아가 이번 주에도 '엔비디아' 했습니다.

최근 주가 흐름을 표현할 마땅한 수식어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급등세를 이어가더니 결국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이 됐는데요.

실적 발표 때마다 서프라이즈 성적에, 빨라진 신제품 출시 사이클, 여기에 주식분할까지.. 그야말로 호재 종합 선물세트로 시장의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니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 일단 더 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한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엔비디아가 결국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곧이어 3조 달러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은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수직 상승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3% 넘게 오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등극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작년 6월 처음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후 불과 10개월 만인 올해 2월 2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시총 2조 달러가 넘는 기업 가운데 최단기간입니다.

여기에 지난 6일 불과 4개월여 만에 3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주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꿰찬 겁니다.

역대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애플과 MS에 이어 엔비디아가 세 번째인데요.

주가 폭등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포브스 집계 기준 순자산이 1천170억 달러, 우리 돈 약 161조 6천억 원으로 불어나면서 세계 부자 순위 11위에 올랐습니다.

[앵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두 배 넘게 급등했는데, 이렇게 갈 수 있었던 배경이 뭔가요?

[기자]

엔비디아는 작년 주가가 239% 폭등한 데 이어 올해에도 170% 넘게 폭등했는데요.

지난 5년 동안 보면 3400%가 넘게 올랐습니다.

이처럼 놀라운 성장세는 무엇보다 인공지능 붐에 올라탄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인데요.

가장 최근인 지난 1분기 매출을 보면, 작년 동기 대비 262% 늘었고요.

이 중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27%나 급증해 전체 매출의 약 86%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액면 가치의 10분의 1 분할을 단행하면서, 주당 1천209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121달러 수준으로 낮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주식 분할은 실적과 맞물려 앞으로도 주가 상승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이고요.

여기에 더해 지난 2일, 새 AI 가속기를 공개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차세대 AI 전용칩인 '블랙웰'이 양산되기도 전에 차차세대 AI 전용칩 '루빈'을 발표하는 등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우지수 편입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도 주가에는 호재가 될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우량주인 다우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의 높아진 시가총액과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곧 다우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겁니다.

다우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월가에선 어떤 분석과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현재로선 장밋빛 일색입니다.

로젠블라트 증권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는데, 지금까지 월가에서 나온 최고치입니다.

투자회사 서스케한나도 목표주가를 종전 145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렸습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GPU 칩은 본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gold) 또는 석유(oil)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고요.

배런 캐피털은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와중에 젠슨 황 CEO가 주식을 매각했다는 소식도 나왔어요.

이건 주가에 영향이 없나요?

[기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내부자들이 올해 들어 총 7억 달러어치, 1조 원에 가까운 보유 주식을 매각했고 이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가장 많은 양인데요.

여기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사전에 준비된 계획에 따라 3천1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매각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는 소식인데요.

다만 시티즌스JMP 증권은 이런 엔비디아 내부자들의 주식 매각에 대해 "일부 보상이 주식으로 지급됐고,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보를 울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얘기를 듣다 보니, 과열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서 인공지능 거품론이 부상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일각에서는 올 초부터 과거 '닷컴 버블'을 떠올린다며 'AI 버블' 가능성을 이유로 엔비디아 조정론을 시사했지만, 주가는 고공행진 중인 겁니다.

약세인 테슬라와 비교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테슬라와 달리 엔비디아는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전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이 월가의 중평입니다.

테슬라와 다르게 엔비디아는 분기 매출이 세 자릿수로 급증하고 있어 최근의 주가 급등을 정당화하고 있고요.

때문에 월가의 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보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 PER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시총이 3조 달러를 돌파한 지난 5일 기준 엔비디아의 PER은 39인데 비해 테슬라는 64인데요.

모틀리풀은 "AI 주도주 엔비디아보다 테슬라의 PER이 더 높은 것은 테슬라에 거품이 아직 많이 끼어있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주 후반 엔비디아 주가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거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더 갈 것이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AI가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첨단 GPU 수요는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이제는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AGI, 범용인공지능 개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각국 정부의 AI 칩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안보 차원에서 정보·기술 주권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선제적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AI 물결은 이제 시작이고, 제약·조선·자동차 등 각종 산업 분야로 확장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다만,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이 지금과 같은 수직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입니다.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야 수요가 유지될 것이고, 경쟁사들이 새로운 혁신으로 격차를 좁히거나 추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가 흐름만 보고 엔비디아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점,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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