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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조 부자 가문, 일당 1만원으로 가사도우미 착취?

SBS Biz 송태희
입력2024.06.18 16:31
수정2024.06.18 21:12

[지난 현지시간 10일 스위스 제네바 법원에 도착한 영국 억만장자 가문의 아제이 힌두자(왼쪽)과 그의 아내 남라타. (EPA=연합뉴스)]

영국의 한 억만장자 가족이 별장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노동을 착취하고 이들을 인신매매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지시간 1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검찰은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서 영국 최대의 부호 가족인 힌두자 일가 4명에게 노동착취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힌두자그룹 유럽 회장 프라카시 힌두자(78)와 그 아내에게 각각 징역 5년 6월을, 그 아들 아제이 힌두자의 부부에게는 각각 4년 6월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법정 비용으로 100만 스위스 프랑(약 15억5천만원)을, 직원 보상 자금으로 350만 스위스 프랑(약 54억원)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힌두자 가족은 순자산 370억파운드(약 65조원) 이상을 보유한 영국 최대 부호 집안입니다. 인도계 거대기업으로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개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천파운드(약 4천400만원)에 이르는 래플즈 호텔도 이 집안 소유입니다.

이들이 처음 노동착취 등의 피소된 것은 6년 전으로, 민사 사건은 지난주 직원들과 합의했지만, 형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들 가족이 제네바 호숫가에 소유한 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한 여성의 경우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고도 일당으로 현지 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작 7 스위스 프랑(약 1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고 검찰은 공판에서 주장했습니다.

반면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예산 문서에 따르면 이들 가족이 반려견에 쓴 돈은 연간 8천584 스위스 프랑(약 1천33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고용 계약서에 근무 시간이나 업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직원들은 언제든 대기 상태여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하는 동안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고, 여권은 압수당하고 고용주 허락 없이는 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힌두자 가족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받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검사가 급여를 오도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식사와 숙박도 제공되기 때문에 급여만으로는 정확히 그들의 보수를 설명할 수 없으며, 하루 18시간 일했다는 것도 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직원이 제네바에서의 급여가 인도에서 번 돈에 비해 좋다고 말했다며, 직원의 자유의지에 따라 업무에 계속해서 복귀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제이 힌두자는 직원 모집은 인도에 있는 힌두자그룹이 담당했으며, 자신은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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