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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슈퍼 사이클 온다…숨겨진 진짜 메시지는?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6.14 10:45
수정2024.06.14 21:15

[앵커]

'AI 지각생' 애플이 이번 주 열린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드디어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대감도 너무 커졌던 걸까요?

공개 직후 반응은 "혁신이 없었다.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는 실망감이 담긴 평가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했죠.

아이폰 교체 수요를 폭발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애플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찍고 날아올랐습니다.

애플의 인공지능,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애플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발표 내용부터 다시 한번 짚어보죠?

[캐스터]

우선 인공지능 AI의 A를 'Artificial'에서 'Apple'로 바꿔 '애플 인텔리전스'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애플 자체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강조한 건데요.

외부 연결이 필요 없는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기능을 들여다보면 스케쥴 관리를 비롯해 수많은 이메일을 분류하고 대신 작성해주는 기능을 비롯해서 사용자가 작성한 글을 교정하고 요약해주고,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이용자 친화적인 여러 활용 사례들이 소개됐습니다.

또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 녹음 기능도 제공하기로 했고요.

인공지능 비서 '시리'도 더 똑똑해졌습니다.

생성형AI 기술이 접목돼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고, 다양한 앱을 넘나들며 사용자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고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챗GPT 기능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기능이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잖아요.

[캐스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운 평가와 함께 발표 당일 애플 주가는 하락했는데요.

당초 애플의 생성형 AI 개발 서비스나 이와 관련한 계획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적잖이 실망감을 드러냈고, 기존 스마트 기능을 단순히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시장이 예상치 못한, 고 스티브 잡스가 늘 행사 마지막 순간 "one more thing"이라는 멘트와 함께 묵직한 한방을 터뜨려줬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기능들은 그 "one more"가 없었다는 거죠.

AI가 그림을 그려주거나 문장 작성을 돕고, 사용자 언어를 이해해 검색을 해주는 건 이미 시장이 익숙한 기능인데요.

실제로 AI 스마트폰을 먼저 출시한 삼성전자는 "새로울 것이 없다"며 "AI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바로 다음 날부터 애플 주가가 급등했어요. 하루 만에 뭐가 달라진 겁니까?

[캐스터]

기술적인 면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드러난 건 없습니다.

AI 도입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로서는 경쟁사들과 유사한 기능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유사한 기능이 애플 제품과 결합했을 때의 기대감이 급부상한 거죠.

결국 돌고 돌아 아이폰인데요.

새로운 AI 기능들은 올여름부터 현재 가장 최신 버전인 아이폰15 프로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고, 본격적으로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16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품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슈퍼사이클이 다시 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겁니다.

덕분에 행사 첫날 미끄러졌던 주가는 바로 다음 날 7% 넘게 급등하면서 2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고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총 1위 탈환에도 성공했습니다.

[앵커]

정리하자면 애플의 인공지능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아이폰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될 거다, 이런 얘기군요.

그래도 뭔가 다른 게 있으니까 이런 분석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캐스터]

맞습니다.

여기서 애플의 강점이 드러나는데요.

이번 WWDC에서 애플이 특히 강조했던 것이 개인정보, 보안 관련 내용입니다.

여기에 진짜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챗GPT와 같은 생성형AI는 대부분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작동하죠.

이게 취약점이 될 수도 있는데, 내 개인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서버에 보관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플은 이 부분을 공략하고 나선 겁니다.

좀 전에 애플 인텔리전스는 외부 연결이 필요 없는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설명드렸는데요.

이용자의 요청을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온디바이스, 그러니까 기기 내에서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또 그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해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경우에도,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자체 구축한 데이터센터를 통해 정보를 관리합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터라고 소개가 됐는데,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가 사용됩니다.

[앵커]

애플이 그토록 강조하는 '보안'을 전면에 내세운 거군요.

그런데 자체 개발한 반도체가 그만큼 성능이 뒷받침되나요?

[캐스터]

애플은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 모두 직접 만든 칩을 이용해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과, 개발자들이 다양한 AI 모델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한 개발 플랫폼까지, 앞으로 엔비디아와 오픈AI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게, 인공지능 추론 분야에서 엔비디아와의 종속 관계를 벗어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올트먼 CEO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파트너사 행사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존재감을 나타냈는데, 이번 애플 행사에서는 객석에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실제로 챗GPT에 대한 언급 자체도 많지 않았고요.

금전적인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이 주도권을 쥐고 간다, 아주 일부분만 챗GPT와 함께하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앵커]

과거 인텔 반도체를 받아쓰다 직접 M시리즈를 탄생시킨 것이 떠오르는데, 인공지능 부문에서도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군요.

월가에서는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캐스터]

일제히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차세대 아이폰 수요가 폭발해 다시 한번 슈퍼 사이클이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 기능이 이른바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서 차별화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아이폰 교체 주기를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AI가 아이폰 슈퍼사이클을 시작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보다 구체적인 분석도 내놨습니다.

아이폰 이용자 추이를 조사해 봤더니,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현재까지 대부분의 미국 이용자들은 아이폰11에서부터 13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교체 주기가 다가왔다는 건데, 여기에 마침 새로운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는 차세대 모델 출시가 겹치면서, 이왕 바꿀 거, 최신형으로 바꿀 충분한 명분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임선우 캐스터, 애플 인공지능 전략의 숨겨진 진짜 의도,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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