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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단순 노동…남성 50대, 여성 30대부터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6.13 11:39
수정2024.06.13 13:03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FOCUS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KDI)]

청년기에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취업자들도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장년 취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직무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아울러 남성에 비해 여성이 단순노동으로 직무가 전환되는 시점이 더 빠르다는 점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13일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통해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직무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료=KDI]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인 25~54세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2009년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5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생아 수 감소세를 감안하면 젊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취업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취업자 수도 자연 증가했지만 2022년 말 취업자 수는 자연감소로 전환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양적으로 급증한 중장년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인 '직무'를 살펴봤습니다. 이를 위해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직업별 직무성향과 취업자 연령간 회귀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자료=KDI]

분석 결과, 취업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분석·사회·서비스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반복·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 직무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는 30대가 전체 취업자 중 분석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 종사자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분석 직무성향은 30대 이후 연령에 따라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고, 특히 50대 이후의 감소폭이 컸습니다. 

반복·신체 직무성향은 30대에서 가장 낮았다가 이후 증가하는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사회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돼 있지만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분석·사회 직무보다는 반복·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로, 중장년 취업자의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낮다는 것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연령에 따른 직무의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중장년 층의 '직무 단절'을 꼽았습니다. 

실제 직무성향의 변화 정도는 이직 시점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연령별 직무성향 차이가 단지 생산성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분석·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현재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을 발생시키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들이 중년 이후에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기존 일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자료=KDI]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재직기간에 비례해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중장년층 고용 비용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여,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 시 일자리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년층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정년 이전에 생애 주직장에서 조기 퇴직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장년층 외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집단인 '여성 인력'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자료=KDI]

이번 연구 결과, 여성도 나이가 들수록 분석 직무 성향이 낮아졌는데 그 시점이 30~40대로 남성(50대)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출산·육아기인 30~40대에 여성들이 생산성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직무 구성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및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높은 일자리에 여성들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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