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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본의 사본으로 대출…케이뱅크, 보이스피싱 소송 1심 패소

SBS Biz 오서영
입력2024.06.03 14:55
수정2024.06.03 16:26

[앵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대출을 내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또 나왔습니다. 

은행이 본인확인의무에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오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60대인 A 씨는 2년 전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에게 명의를 도용당해 대출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싱범이 재발급받은 간편 비밀번호와 모바일 OTP로 2억 원 넘는 대출금이 15차례 빠져나갔지만, 은행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통과된 신분증도 원본이 아니었습니다. 

[A 씨 / 보이스피싱 피해자 : 신분증 사본으로 본인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2억 원이 넘는 대출이 이렇게 쉽게 된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영상통화라든지 본인이 대출 내는 게 맞는지 연락만 한번 했으면….] 

A 씨는 자신이 낸 대출이 아님을 증명하는 2년간의 소송 끝에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은행이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이 확인한 신분증이 운전면허증 사진을 재촬영한 2차 사본이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당시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기술력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영업 편의를 위해 그 절차를 간단하게 했다며 그로 인한 위험은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은행에게 조금씩 더 옛날보다 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요. 확실하게 고객확인의무가 강화된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확인하기 힘들었다는 말만 가지고는 면책이 되지 않을 거예요.] 

취재 결과 2년 전 시중에는 이미 신분증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었고, 케이뱅크도 해당 기술 도입을 제안받은 바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비대면 방식으로 거래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본인확인 절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케이뱅크는 사흘 전 피해자 상대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SBS Biz 오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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