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잔치 전락…세계 5대 제네바모터쇼 119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6.03 03:52
수정2024.06.03 08:01
[2019년 제네바 국제모터쇼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5대 제네바모터쇼가 119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습니다.
현지시간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네바 국제모터쇼 재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네바 모터쇼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관심 부족, 파리·뮌헨 모터쇼와의 경쟁 등으로 영구적으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단도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제네바 모터쇼는 1905년 첫선을 보인 이래 2019년까지 세계 5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전성기에는 120여 개 업체와 1만여 명의 취재진, 60만 명의 방문객이 찾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등을 이유로 5년 만에 열린 2월 모터쇼의 초라한 성적이 폐지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BMW·현대차그룹 등 주요 완성차 업체 35개가 참석한 2019년과 달리, 올해 행사엔 르노·BYD(비야디) 등 6개 업체만 찾았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톱3 중에선 한 곳도 찾지 않았습니다. 이런 탓에 방문객도 60만 명에서 17만여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제네바 모터쇼는 1905년부터 최신 기술과 디자인의 경연장이었기에 완성차 업계에선 완전 폐지 결정이 지닌 상징성이 더욱 크다는 평가 나옵니다.
특히 스위스에는 완성차 업체가 없기 때문에 독일·미국 등 전통적 자동차 강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와 달리,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은 기술 경쟁의 장으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세계적으로 모터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자국 업체가 없는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모터쇼가 폐지된 셈입니다.
다른 글로벌 모터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주요 모터쇼를 찾는 자동차 회사들 발길은 2010년대 들어 점차 줄기 시작했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행사가 잇달아 연기되면서 추세는 더욱 가속됐습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자율 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모터쇼에서 발을 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로 몰리고 있습니다.
올 1월 CES에는 최근 여러 국제 모터쇼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여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CES에서 수소차, SDV(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차량),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주요 기술에 대한 미래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AI·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신기술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CES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 각축장이 됐습니다.
앞으로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자동차 회사만의 기술로는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IT 업체 기술을 선점하고, 이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터쇼가 아닌 CES를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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