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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으면 직접 만든다"…中 사상 최대 '반도체 굴기' 지원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5.31 10:45
수정2024.05.31 14:17

[앵커]

미국의 견제에 맞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상황,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번 주 초대형 펀드 조성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중국 반도체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사활을 건 투자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임선우 캐스터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조성한 반도체 투자기금부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캐스터]

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뭉칫돈을 반도체에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3천440억 위안, 우리 돈으로 무려 64조 6천억 원에 달하는데요.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 자립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 주도의 빅펀드를 조성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 왔는데요.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데, 약 26조 원이었던 1차 펀드, 37조 원 수준이었던 2차 펀드, 지난 10년간 쏟아부은 금액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액수입니다.

최대 주주는 중국 재무부고요.

선전과 베이징 등 지방 정부가 소유한 투자회사들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총력전입니다.

[앵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죠?

[캐스터]

그렇습니다.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본격적인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스마트폰부터 인공지능용 최첨단 반도체는 물론이고, 차량이나 전자제품 등에 사용하는 저사양 레거시 반도체까지 수출 통제망을 확대하면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맞불 전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럼 이 많은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나요?

[캐스터]

1차 빅펀드가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면 2차 때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약한 고리를 강화시켰고요.

이를 감안했을 때 3차 빅펀드는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육성하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올들어 반도체 설비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창신, 양쯔 등 중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올 1분기에만 우리 돈 9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설비투자에 투입했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90% 넘게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수출 통제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AI 관련 반도체 개발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도 많이 나오고 있고요.

일각에서는 웨이퍼부터 화학제품, 산업용 가스 등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토종 업체 육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두루두루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난 10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이번에 또 그만큼의 돈을 마련했는데, 그래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나요?

[캐스터]

메이드 인 차이나,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자면요.

먼저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죠.

SMIC가 대만 TSMC와 삼성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매출 톱 3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 1분기 점유율은 6%를 기록하며 글로벌 3위 자리에 올랐는데요.

미국 AMD와 글로벌파운드리, 대만의 UMC를 제쳤고, 같은 기간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계속해서 좁혀가고 있습니다.

SMIC의 1분기 매출은 1년 사이 20% 가까이 늘어난 17억 5천만 달러, 2조 4천억 원이 넘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매출의 80% 이상이 안방에서 나왔다는 건데, 전 세계 반도체 절반을 중국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측면에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보장됐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당장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인데요.

매출이 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추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가파른 성장세는 SMIC만 보이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캐스터]

그렇습니다.

중국 기술 굴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화웨이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내고 있습니다.

한때 미국의 규제 압박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백기를 들고 발을 빼기까지 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자체 7나노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인 데 이어 5나노 공정까지도 도전하고 있고요.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퓨라70'을 뜯어보니,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자체 AP칩은 물론이고 이제는 낸드플래시 반도체까지도 국산화에 성공했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AI 반도체 핵심이자 중국 기술 자립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 H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돈 3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섰고요.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분류될 정도인데, 이같은 노력에 7년 연속 전 세계 특허출원 1위 자리까지 꿰차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나 빠르게 올라오겠나 싶었는데 어느새 페이스를 이렇게나 끌어올렸군요.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한데, 실제로는 견제가 쉽지 않다고요?

[캐스터]

중국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업계 입장에선 두 고래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이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최근 대중국 수출 제재 위반 혐의로 도마에 올랐는데, 수출 통제를 어기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SMI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소환을 당했습니다.

앞서 미 정부는 SMIC가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4년 전부터 수출 통제 대상기업으로 지정했는데, 지난 분기 어플라이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5%에 달하는 만큼,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일 겁니다.

[앵커]

엔비디아도 고민이 깊다고요?

[캐스터]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전용 맞춤 칩을 팔아왔는데, 이마저도 화웨이를 비롯한 토종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상황이 쉽지 않게 됐습니다.

급기야 가격 인하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고요.

중국의 한 공급망 관계자는 "해당 칩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중국 매출이 예전보다 부진하고, 전망도 밝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6개월간 중국 정부 기관을 비롯한 12곳이 화웨이의 칩을 구매하는 동안, 엔비디아에 관심을 보인 곳은 절반이 채 안 되는 5곳에 불과했는데요.

중국 토종업체들의 기술 도약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프롬 이동) 특히나 오는 2035년이면 중국의 글로벌 AI 산업 점유율이 30%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천하의 엔비디아마저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 주요 국가간, 기업간 투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미국과 유럽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우리 돈 111조 원을 투입하며 맞서고 있고요.

일본 정부는 34조 원 규모의 지원 보따리를, 우리나라 역시 최근 26조 원 규모의 종합지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쩐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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