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청] 피켓 대신 입법권…"노란봉투법·장시간 노동 풀러 간다"
SBS Biz 안지혜
입력2024.05.22 16:46
수정2024.05.23 09:16
제22대 국회가 오는 30일 개원합니다.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132명입니다. 10명 중 4명 가량(44%)이 처음 '금배지'를 달게 됐습니다. SBS Biz는 이 가운데 '경제'를 대표하는 당선인들을 만나 물었습니다. 초선 의원에게 경제를 듣다, '초경청'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가장 먼저 앞섰던 감정은 분노에 앞서 어떤 무력감이랄까요? 그래서 상당 기간 힘들었는데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을 지역에서 금배지를 달고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이용우 당선인은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권 변호사입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이후, 교편을 잡는 대신 자동차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로 5년 간 일하다가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인권변호사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최근 몇 년 간은 특히 '노란봉투법', 이른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를 설득하는데 직접 피켓을 들어왔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따른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20년 간 노동·시민사회의 숙원 과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경영계는 이 법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노란봉투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끝내 좌절됐을 때, 그를 지배했던 무력감은 역설적으로 이번 국회 진출의 가장 큰 연료가 됐습니다.
'직접 숙제를 풀러 간다'는 이 당선인의 계획을 SBS Biz가 만나 들어봤습니다.
아래는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Q. 대통령 거부권, 당시 유력했는데도 충격이 컸나.
A. 예상은 했지만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20년 동안 이 문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또 가정이 파탄났나. 한편으로는 법리적·정책적으로, 또 사회적 공감의 측면으로 이 법안들이 꽤 성숙했는데 대통령이 설마 재벌 대기업의 이익에 복무하겠다는 생각으로 진짜 거부권을 행사할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순진한 기대였고 그래서 상당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Q. 노란봉투법, 개원하면 다시 추진할 생각인가?
A. 당연하다. 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수락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그 지점이었다. 맨 앞장서서 추진하겠다.
Q. 노동 약자에 왜 그렇게 진심인가.
A. 개인적인 경험이 시작이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한 2000년은 IMF 이후 한창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던 때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이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3년 GM대우(현 한국GM)에 입사했다. 비정규직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5년 동안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불평등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현장에서 보니 노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나설 때 논의에 더 힘이 실리는 걸 보고 법조인으로서 진로를 시작하게 됐다.
Q. 현 정부의 노동정책, 평가한다면?
A. 노동정책 자체가 없다고 본다. 노동에 대한 철학과 기조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가할 만한 유일한 노동 정책이 노동시간 정책이었는데, '주 최대 69시간제'를 갖고 나왔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대통령말 다르고 장관말 다르고 우왕좌왕하다가 철회하지 않았나. 노동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시간 노동국가 탈피에 역행하는 노동시간 정책을 제출할 수가 없다.
노동정책은 단순히 경제 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까지 포괄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 핵심 국가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Q. 최근 대통령이 띄운 노동법원 도입 메시지는 어떻게 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A. 상당히 뜬금없지만 임기 내 설치라고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한 건 의미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단순히 법원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다. 예를 들어 노동소송법을 제정해야한다. 소송은 증거싸움인데 보통 사용자 측에 상당히 많은 증거들이 편재돼 있지만 사용자는 이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는 소송 절차가 노동소송법에 반영되어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노동법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Q. 노란봉투법 외 관심있는 다른 노동 이슈는 뭐가 있나.
A. 장시간 노동 해소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 연간 노동시간보다 200시간이 많다. 200시간이면 8시간으로 따지면 25일을 더 일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노동의 양에만 매몰된 경제체제로는 AI 혁명 등 전세계적인 산업 구조의 대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밖에 임금 체불이나 공짜 노동을 방지하는 법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에필로그)
Q. 자동차 회사 현장직 시절은 어땠나.
A. 일을 꽤 잘했다(웃음).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도장부라고 하는 공간에서 주야간 교대 근무로 라인 작업을 했다. 이후 차체부에서 용접과 프레스 기계도 다뤘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나름 친화력도 있어서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Q. 이용우에게 노동이란?
A. 내 삶의 이력 그 자체.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그냥 사람들의 삶 자체가 노동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동을 이념적 시각과 관점으로 볼 문제는 전혀 아니다. 노동을 생활과 삶 그 자체로 접근 한다면 실사구시적인 구체적인 해법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한국이 노동 시간이 많은 건 팩트다. 현실을 직시하면 여야간 해법도 다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앞섰던 감정은 분노에 앞서 어떤 무력감이랄까요? 그래서 상당 기간 힘들었는데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을 지역에서 금배지를 달고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이용우 당선인은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권 변호사입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이후, 교편을 잡는 대신 자동차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로 5년 간 일하다가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인권변호사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최근 몇 년 간은 특히 '노란봉투법', 이른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를 설득하는데 직접 피켓을 들어왔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따른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20년 간 노동·시민사회의 숙원 과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경영계는 이 법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노란봉투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끝내 좌절됐을 때, 그를 지배했던 무력감은 역설적으로 이번 국회 진출의 가장 큰 연료가 됐습니다.
'직접 숙제를 풀러 간다'는 이 당선인의 계획을 SBS Biz가 만나 들어봤습니다.
아래는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Q. 대통령 거부권, 당시 유력했는데도 충격이 컸나.
A. 예상은 했지만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20년 동안 이 문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또 가정이 파탄났나. 한편으로는 법리적·정책적으로, 또 사회적 공감의 측면으로 이 법안들이 꽤 성숙했는데 대통령이 설마 재벌 대기업의 이익에 복무하겠다는 생각으로 진짜 거부권을 행사할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순진한 기대였고 그래서 상당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Q. 노란봉투법, 개원하면 다시 추진할 생각인가?
A. 당연하다. 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수락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그 지점이었다. 맨 앞장서서 추진하겠다.
Q. 노동 약자에 왜 그렇게 진심인가.
A. 개인적인 경험이 시작이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한 2000년은 IMF 이후 한창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던 때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이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3년 GM대우(현 한국GM)에 입사했다. 비정규직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5년 동안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불평등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현장에서 보니 노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나설 때 논의에 더 힘이 실리는 걸 보고 법조인으로서 진로를 시작하게 됐다.
Q. 현 정부의 노동정책, 평가한다면?
A. 노동정책 자체가 없다고 본다. 노동에 대한 철학과 기조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가할 만한 유일한 노동 정책이 노동시간 정책이었는데, '주 최대 69시간제'를 갖고 나왔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대통령말 다르고 장관말 다르고 우왕좌왕하다가 철회하지 않았나. 노동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시간 노동국가 탈피에 역행하는 노동시간 정책을 제출할 수가 없다.
노동정책은 단순히 경제 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까지 포괄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 핵심 국가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Q. 최근 대통령이 띄운 노동법원 도입 메시지는 어떻게 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A. 상당히 뜬금없지만 임기 내 설치라고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한 건 의미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단순히 법원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다. 예를 들어 노동소송법을 제정해야한다. 소송은 증거싸움인데 보통 사용자 측에 상당히 많은 증거들이 편재돼 있지만 사용자는 이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는 소송 절차가 노동소송법에 반영되어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노동법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Q. 노란봉투법 외 관심있는 다른 노동 이슈는 뭐가 있나.
A. 장시간 노동 해소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 연간 노동시간보다 200시간이 많다. 200시간이면 8시간으로 따지면 25일을 더 일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노동의 양에만 매몰된 경제체제로는 AI 혁명 등 전세계적인 산업 구조의 대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밖에 임금 체불이나 공짜 노동을 방지하는 법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에필로그)
Q. 자동차 회사 현장직 시절은 어땠나.
A. 일을 꽤 잘했다(웃음).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도장부라고 하는 공간에서 주야간 교대 근무로 라인 작업을 했다. 이후 차체부에서 용접과 프레스 기계도 다뤘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나름 친화력도 있어서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Q. 이용우에게 노동이란?
A. 내 삶의 이력 그 자체.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그냥 사람들의 삶 자체가 노동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동을 이념적 시각과 관점으로 볼 문제는 전혀 아니다. 노동을 생활과 삶 그 자체로 접근 한다면 실사구시적인 구체적인 해법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한국이 노동 시간이 많은 건 팩트다. 현실을 직시하면 여야간 해법도 다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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