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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생산까지 '종합예술'…AI 시대 승부수 띄운 토종 반도체

SBS Biz 김완진
입력2024.05.17 19:58
수정2024.05.19 11:00

[리벨리온 AI 반도체 '아톰(ATOM)']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AI 반도체를 둘러싼 긴장과 신경전도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맞서 '맞춤형' 컨셉으로 승부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의 관심을 받는 토종 AI 반도체 기업이 있습니다. 리벨리온입니다.

뇌처럼 작동하는 'NPU'
리벨리온의 핵심 경쟁력은 인간의 두뇌를 본딴 NPU(신경망처리장치)입니다. 2021년 'ION(아이온)'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2월 내놓은 데이터 센터용 AI 반도체 'ATOM(아톰)'이 대표적입니다.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 대비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데, AI 반도체 성능을 평가하는 '머신러닝 퍼포먼스 3.0'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반도체보다 빨랐습니다. 이미지와 언어 생성 모델 시연에서 전력량은 GPU의 5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오진욱 리벨리온 CTO는 "다양한 AI 추론 알고리즘들 가속을 하면서도 하드웨어의 파워, 시간적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에 적합한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 창업 3년 만에 누적 투자금 2800억 원을 달성한 리벨리온은, HBM3E를 탑재해 초거대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을 지원하는 AI 반도체 '리벨'을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리벨리온은 리벨의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을 오는 하반기로 잡고 있습니다.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이사]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이어주는 반도체 업체도 있습니다. 해외 IT 공룡들이 자체 반도체 칩 개발 혹은 설계에 나서는 가운데 설계를 조율해주는 '디자인 하우스'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국내 대표 업체로 가온칩스가 있습니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 회로를 파운드리가 받아서 칩을 만들기까지의 흐름에 참여하는데, 팹리스의 코드를 제조용 도면으로 설계해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주는 식입니다.

가온칩스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 ASIC 디자인 서비스 파트너로 인증을 받고, 2019년 파운드리 SAFE-DSP로 선정됐습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으로 ARM의 베스트 디자인 파트너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팹리스나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끌어오는 가운데, 차량용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초미세 하이엔드 공정 전문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고객사들과의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는 "차량용과 AI 인공지능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고성장 산업 측면의 나라 매출이 집중돼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마이크론 본사 전경]
 
'라스트 터치'도 경쟁력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이후의 과정도 있습니다. 반도체를 묶거나 쌓아서 전자기기에 붙일 수 있게 하는 '패키징'과, 제조된 반도체를 탑재하기 전에 테스트하는 '후공정'입니다.

패키징은 칩을 보호하면서도 고성능 칩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테스트는 정상품 비율인 '수율'을 높이는 과정인 만큼, 반도체 경쟁력의 관건이 되는 역할입니다.

HBM 등 여러 칩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2.5D 패키징' 개발에 나선 국내 1위, 세계 11위 패키징·테스트 업체가 있습니다. 하나마이크론입니다.

국내 후공정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모듈 조립까지 하는 '턴키' 역량을 갖춘 하나마이크론은, PC용 CPU(중앙처리장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자동차용, 센서용 등의 칩 패키징을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이사는 "하나마이크론의 2.5D 패키징이 현실화되면, 특수 기판인 인터포저 위에 로직 칩인 GPU와 HBM을 올리는 TSMC 방식에 의존하던 것에서 자유로워져, 팹리스를 통한 SCM(공급망관리)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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