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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서 주세요. 중고거래 앱 만들게요"…알고보니 100억대 대출사기

SBS Biz 송태희
입력2024.05.17 17:16
수정2024.05.17 19:17

[A씨 일당이 꾸며낸 앱 개발 관련 자료 (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내세워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보증서를 받은 후 시중 은행에서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검거됐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보증기금법에 의해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으로, 기술 혁신형 기업을 상대로 기술보증을 합니다. 연간 보증 규모는 28조원 상당에 이릅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범죄집단 조직·활동,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A(35)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또 A씨 등과 공모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대출명의자이자 유령업체 대표인 7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A씨 등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술보증기금에서 발급받은 기술보증서로 시중 5개 은행에서 매번 5천만~1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 등은 앱 개발업체를 가장한 기업을 설립하고, 신용도가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 103명을 모집한 후 이들 명의로 각각의 유령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어 중고거래, 반려견, 배달, 쇼핑 등 관심을 끌 만한 앱을 제작할 것처럼 허위의 사업계획서와 PPT 자료 등을 기술보증기금에 제출,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습니다. 대출 받은 자금은 A씨 등과 대출명의자가 통상 반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최대 1억원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 '원클릭 보증'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클릭 보증은 대면 상담이 먼저 이뤄지는 통상의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과 달리 체크리스트 등 작성한 서류를 디지털 영업점에 제출하는 비대면 절차로 시작돼 비교적 간소합니다.

그러면서 A씨 등은 대출명의자들에게 위장사무실을 세팅하도록 하고, 예상 질문지를 주는 등 기술보증기금 측의 현장 실사에 대비토록 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는 기술보증서 발급이 거절돼 범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다수는 손쉽게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입니다.

A씨 등의 범행 기간인 3년여간 나간 원클릭 보증 규모는 1조원 상당입니다. 현장 실사까지 하더라도 모든 사기 범행을 완벽하게 막아내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가 설립한 회사를 통해 이 같은 '작업 대출'을 해 본 조직폭력배 출신 B(37·구속) 씨는 2021년 7월 그 역시 앱 개발업체를 가장한 기업을 설립한 뒤 대출 사기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범죄정보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1년 넘는 수사 끝에 A씨 등 93명을 잇달아 검거했습니다. 조사 결과 A씨의 기업에 소속돼 상담책, 자금조달책 등으로 일한 이들 중 5명은 수도권 지역 조폭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이대는 30대로, 이른바 MZ 조폭입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대출명의자 27명에 대해 추적하는 한편, A씨 등이 얻은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해 수익을 동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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