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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건설, 비밀 풀다 '땅속 고속도로' 찾았다

SBS Biz 송태희
입력2024.05.17 10:26
수정2024.05.19 13:41

[미국 윌밍턴 노스캐롤라이나대 에만 고네임 교수가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는 기자 피라미드 단지 앞에서 고대 나일강 아흐라마트 지류(Ahramat Branch)를 조사하고 있다. (Eman Ghoneim 제공=연합뉴스)]

이집트 기자 등 피라미드 단지가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있는 고대 나일강 지류 중 하나인 아흐라마트 지류(Ahramat Branch)를 따라 건설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지류를 통해 건축 자재와 사람이 이동하며 피라미드를 건설했다는 것입니다. 고속도로 역할을 한 셈입니다. 

미국 윌밍턴 노스캐롤라이나대(UNCW) 에만 고네임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7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기자 피라미드 등 31기의 피라미드가 땅속에 묻혀 있는 나일강 지류를 따라 건설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집트 고대 제3왕조와 제13왕조 사이에 걸쳐 있는 제2중간기에 해당하는 4천700년 전부터 1천 년 간 건설된 기자와 아부시르, 사카라, 다흐슈르, 리슈트 등 피라미드 단지는 현재 나일강과는 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척박한 사하라 서부 사막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퇴적물 증거를 보면 과거에는 나일강 유량이 훨씬 많았고 강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며 지류 중 하나가 이들 피라미드 지대를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집트 고대 제3왕조와 제13왕조 사이에 걸쳐 있는 제2중간기 시대에 건설된 기자·아부시르·사카라·다흐슈르·리슈트 피라미드 단지는 지금은 사라진 고대 나일강 아흐라마트 지류에 접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man Ghoneim et al. 제공=연합뉴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인공위성사진을 분석해 피라미드 단지 인근을 따라 흐르던 고대 나일강 지류 위치를 확인하고, 현지 조사와 퇴적물 분석을 통해 지표면 아래에 이전 수로와 지류의 퇴적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4천200년 전 시작된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바람에 날린 모래가 대량으로 쌓이면서 이 지류의 물길이 동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류를 아랍어로 '피라미드'를 뜻하는 '아흐라마트'로 명명했습니다. 

아흐라마트 지류 발견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인 멤피스 근처 좁은 사막 지대를 따라 집중적으로 건설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단지와 아흐라마트 지류 복원도. (Eman Ghoneim et al. 제공=연합뉴스)]

피라미드 단지들은 건설 당시 모두 아흐라마트 지류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많은 피라미드에서 아흐라마트 지류의 강둑까지 건설자재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된 둑길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는 나일강이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고속도로이자 문화적 동맥으로 중요했다는 것과 함께 인류 사회가 역사적으로 환경 변화의 영향을 어떻게 받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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