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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는 연내 '피벗'…파월 "인플레 여전히 높아"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5.03 10:45
수정2024.05.03 11:28

[앵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또 현재 수준으로 묶어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는커녕, 반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경기침체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걱정까지 더해졌습니다. 

연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경제지표를 바라보면서 고민만 커진 상황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이 매우 중요했는데요. 

이한나 기자와 이번 FOMC 회의 결과, 그리고 파월 의장의 발언,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결과부터 정리해 보죠. 

[기자] 

미 연준이 작년 9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5.25%에서 5.5%로 유지했습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작년에 비해 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특히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부분이 지난번 FOMC 성명서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인데요.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더뎌졌다는, 매파적인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앵커] 

국채상환 한도 축소, 이 결정도 눈에 띄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양적긴축 속도를 줄이겠다는 건데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팔거나 만기 이후 재투자를 하지 않는 식으로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정책인데요. 이걸 현재보다 느슨하게 가져가기로 한 겁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현재 월 600억 달러인 미국 국채 감축 한도가 250억 달러로 축소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당장 금리를 내리지는 못하니까, 시중 자금 회수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시장의 어려움을 조금 달래주는 조치라고 봐야겠군요. 

결국 물가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데, 최근 미국 물가 흐름이 얼마나 우려되는 상황인가요? 

[기자] 

연준의 판단은 "아직 갈 길이 멀다"입니다. 

파월 의장 발언, 들어보시죠. 

[제롬 파월 / 美 연준 의장 :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진전이 보장되지 않았고, 앞으로의 경로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표죠.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표가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3월 근원 PCE는 전년 대비 2.8% 상승해 전망치를 상회했습니다. 

이처럼 물가는 여전히 높은데, 성장률은 뚝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연 1.6%에 그치면서 예상치 2.4%를 크게 밑돌았는데, 작년 4분기 3.4%의 절반 수준입니다. 

[앵커] 

인플레는 둔화될 조짐을 안 보이고, 성장률은 낮아지고, 결국 이러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잖아요. 

이건 어떻게 해석됐나요? 

[기자]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면서 "고용 증가세는 여전히 강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경제가 좋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중요한 건 금리를 언제 내릴지, 연준도 모른다는 거잖아요? 

[기자] 

좀 더 확실한 답을 줬으면 좋았을 텐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뉘앙스로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는데요. 

"금리인하 확신이 들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현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현재 통화정책의 초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용시장이 예상외로 약해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앵커] 

고용시장 상황은 왜 강조됐나요? 

물가가 먼저 아니었나요? 

[기자]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4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19만 2천 명 증가했는데 시장 예상치 18만 3천 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실업률도 3.8%로 떨어져 매우 안정됐고요.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소수점 한자리 수준의 변화가 아닌 상당히 유의미하게 둔화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를 놓고 "덜 매파적이었다", 아니다 "비둘기였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해석이 맞는 건가요? 

[기자] 

지난해 말, 파월 의장은 완전히 '비둘기'였죠. 

"금리인상을 끝내고 이제는 내리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다가 역풍이 불자, 급하게 매파로 돌아서는 모습이었는데요. 

3월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더니, 한 달 만에 말이 바뀌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제롬 파월 / 美 연준 의장 (현지시간 16일) :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올해 현재까지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을 보여줍니다.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아직 확신이 없다, 그래서 더 기다리겠다는 게 발언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굳이 분류하자면 '제한적인 매파'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인 발언이 쏟아졌잖아요? 

[기자] 

실제로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미 연준 위원들의 발언 6만여 개를 분석했는데요. 

올해 들어 매파적인 기조로 선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12월엔 비둘기파로 전환해서 경제 경착륙을 막고, 이후엔 물가를 잡기 위해 매파로 다시 돌아섰다는 겁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앞으로 연준 움직임과 관련해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연준의 점도표에 나타난 것처럼 2024년 3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며 "인플레이션 시장과 원자재 가격을 감안할 때 기본 가정은 올해 한 차례 인하"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예상 시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제프리스는 6월에서 7월로, 바클레이스, UBS, TD, 웰스파고가 첫 번째 금리인하 시기를 9월로 미뤘습니다. 

일부는 물가 흐름에 따라 12월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연내 금리인하는 아예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던데요? 

[기자]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예상 금리 인하 횟수를 당초 3회에서 1~2회로 줄이고 있고요. 

뱅가드 자산운용은 연준이 연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맥쿼리는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는데요.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렇게 시장에서 나오는 금리인상 관측에 대해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인상일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발언이 시장에 큰 안도감을 줬는데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직접 답하고,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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