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농협 중앙회 vs. 금융지주, 본게임은 지금부터

SBS Biz 김성훈
입력2024.04.09 17:52
수정2024.04.09 19:09

[앵커] 

새 회장을 맞은 농협이 최근 격동기를 맞고 있습니다. 



금융 자회사 인사권을 놓고 중앙회와 금융지주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금융당국은 이참에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대변하며, 인사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비상임이사'의 역할과 권한에도 메스를 댈 전망입니다. 

김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비상임이사에 지역 조합장 출신 인물을 선임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전문성을 이유로 주로 은행장을 선임하지만 그간 농협금융은 이 자리에 금융 전문가가 아닌 지역농협 조합장을 앉혔습니다. 

농협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예 내부규범에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경력자'로 단서를 뒀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비상임이사의 자격과 역할에 메스를 댈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특히 앞서 지난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없었던 '비상임이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방침입니다.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는 관행적으로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 회장의 추천 인사가 차지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농협중앙회장의 입장을 대변해 인사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사장 선임 절차 때는 농협중앙회 측 추천 인사를 두고 '전문성' 시비가 붙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금감원은 "비상임이사가 사외이사에 준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농협금융에 전달할 방침입니다. 

[앵커] 

농협중앙회의 거센 입김이 작용하는 농협금융의 '독립성' 문제는 꾸준한 논란거리였습니다. 

당국이 칼자루를 빼든 이번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질지, 김성훈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기자, 농협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이길래 금융당국이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까. 

[기자] 

통상 중앙회장의 최측근이 맡아 온 금융지주 비상임이사는 이사회에서 경영진 선임 등 주요 현안을 결정합니다. 

우선 금융지주 이사회 핵심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데요. 

임추위는 지주 회장부터 은행 등 자회사 대표, 지주사 사외이사까지 추천권을 갖습니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왕'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셈입니다. 

금감원은 이러한 중앙회의 경영개입 수준이 과하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한 금감원장 얘기 들어보시죠. 

[이복현 / 금감원장 (지난 3월 21일) : 자칫 잘못 운영이 되면 내부통제와 관련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 규율체계 이런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잘 챙겨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고….] 

[앵커] 

당국에선 경고를 날린 셈인데, 그래도 농협중앙회 쪽에선 영향력을 줄이고 싶진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신임 비상임이사를 기존 관행대로 중앙회장의 추천 인사로 선임했고요. 여기에 전체 7명인 사외이사 수가 6명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데요. 

현재 한 자리가 공석이고, 이달 중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사외이사 수가 줄면, 아무래도 비상임이사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자 중앙회가 오히려 금융지주 이사회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이에 따라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소위 구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우선은 추가 사외이사 선임 움직임과 비상임이사가 이사회 내에 어떤 위원회들에 배치될 지에 따라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힘 겨루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방안과 별개로 수시 검사를 진행 중인데요. 

검사 이후 지배구조와 관련해 경영개선 등 조치를 통해 추가 압박에 나설 걸로 전망됩니다. 

[앵커] 

김성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성훈다른기사
KIC·국민연금에 또 국부펀드…연못 속 고래들 될라
구윤철 "한미 FTA 공동위 곧 추진…국익 우선 협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