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많아도 문제?…美 5대 빅테크 보유액 771조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4.08 04:38
수정2024.04.08 06:41
미국 대표 빅테크들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 같은 막대한 사내 유보금이 과잉 지출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7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지난해 S&P500 편입 기업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5개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이 4천768억 9천만 달러(약 645조 원)로 집계됐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이 1천164억 3천만 달러(약 157조 원)로 영업현금흐름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MS가 1천26억 5천만 달러(약 138조 원), 알파벳이 1천17억 5천만 달러(약 137조 원), 아마존이 849억 5천만 달러(약 114조 원), 메타가 711억 1천만 달러(약 96조 원) 순이었습니다.
특히 상위 빅테크 기업 5곳이 창출한 영업현금흐름 총합은 6~10위인 엑손모빌, 버크셔 해서웨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AT&T 합계(2천282억 2천만 달러·약 308조 원)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영업현금흐름 외에 장단기 투자금까지 합하면 이들 빅테크 5곳의 현금 보유액은 5천700억 달러에 이른다고 WSJ는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빅테크가 축적한 과잉 자본이 M&A나 자사주 매입, 배당 등에서 과잉 지출과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글은 최근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업체인 허브스팟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수가는 400억 달러(약 5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외신이 구글의 인수 타진 소식을 보도하기 전보다 3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입니다. 구글의 역대 M&A 중 거래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2012년 모토로라 인수가인 125억 달러(약 17조 원)의 3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구글이 당장 집행할 수 있는 투자 가능 자금만 976억 7천만 달러(약 132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수가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경쟁당국이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독점적 지위 강화를 견제하면서 M&A가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MS의 경우 지난 2022년 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한 후 경쟁당국의 인허가 지연으로 인수 완료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은 지난 5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우리는 구글이 현재 논의 중인 이 거래의 이론적 근거, 이 거래가 최선의 자본 사용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격렬한 반독점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배당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은 자사주 매입에 2022년 590억 달러(약 79조 원), 2023년 615억 달러(약 83조 원)를 썼습니다. 애플도 지난해 770억 달러(약 104조 원)를 자사주 매입에 썼는데 이는 연간 연구개발(R&D) 비용 300억 달러(약 40조 원)의 두 배를 크게 상회합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애플은 스스로 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애플은 또한 배당금으로도 연간 150억 달러(약 20조 원)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WSJ는 빅테크가 "너무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애플, 아마존, MS와 같은 기업의 인수 시도는 철저한 조사와 지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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