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금융가 인사이드] '찻잔 속 태풍' 아니었네…철옹성 뚫린 JB금융

SBS Biz 최나리
입력2024.04.04 10:30
수정2024.04.04 12:48

[앵커]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 지방금융지주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철옹성 같은 이사회를 뚫은 사례가 나왔습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보유한 JB금융의 이야기인데요. 

조용하던 이 지방금융사, 폭풍 전야입니다. 

국내 금융사에 주주 제안 이사가 선임된 사례는 없었죠? 

[기자] 

주주가 주총 안건으로 올리고 표대결을 거쳐 이사를 선임한 것은 국내 금융회사에서는 처음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이자 JB금융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이 추천한 김기석, 이희승 후보 2명이 이사회에 새로 포함된 것입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사회에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이사들이 포함된다.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사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죠.] 

[앵커] 

얼라인이 표대결로 사외이사를 입성시킨 이유가 뭡니까? 

[기자] 

얼라인은 주주 중심 경영 정책을 강조하는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지난해부터 주요 7대 금융회사에 대출성장률은 줄이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JB금융만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의 주장 직접 들어보시죠. 

[이창환 /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는 대출성장률을 줄이고 주주환원에 사용하면 더 유리하다는 것인데 이에 동의를 안 해주고 있어요. JB금융 이사회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앵커] 

주주제안 이사 선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기자] 

이번 주주제안 이사 선임이 가능했던 것은 '집중투표제' 덕분인데요. 

이사 선임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여서 특정 이사에게 몰표를 줄 수 있습니다. 

얼라인은 2022년부터 JB 금융 지분 약 1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인 삼양사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는데요. 

지난해 표대결에서 완패했던 얼라인이 이번에는 '집중투표제'를 요구했고, 소액주주 표가 더해져 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앵커] 

두 명의 주주제안 이사가 합류한 JB금융, 그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기자] 

얼라인이 두 이사를 통해 JB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변경을 압박할 것입니다. 

지난해 JB금융은 위험가중자산, RWA 증가율을 7~8%로 관리하면서, 보통주 자본비율이 13%를 넘으면 초과한 만큼 자본을 주주환원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얼라인은 JB금융의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너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자기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서 보는데요. 

대출채권이 늘어나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데, 그럼 보통주 자본비율이 떨어지겠죠. 

얼라인은 대출을 줄여 보통주자본비율을 올려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창환 /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 계속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회사에 이야기를 할 것이고, 이사회에서 어떻게 논의를 했는지 지켜보고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더 할 것이다.] 

[앵커] 

JB금융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표 대결 이후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결과를 존중한다"며 "이사회가 토론한 내용을 경영에 반영됐으면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JB금융은 기본 경영전략마저 휘둘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JB금융 관계자는 "올해 자사주 매입, 소각을 일부 했다"며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배당성향을 30% 넘게 끌어올리고 있어서 향후 이사회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번 얼라인의 행보로 행동주의 펀드 목소리가 커질 것 같은데요? 

[기자] 

행동주의펀드들이 소액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적 요구를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집중투표제처럼요. 

다만 이런 움직임이 투기 자본의 단기 차익을 내는 수단에 이용되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어떤 안건에 대해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어떤 안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단기 업적 주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는 사안도 있거든요.]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가 기업경영에 개입한 기간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수익성 지표가 일시적으로 더 안 좋아졌고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불투명했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한재준 /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 전북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높을 것입니다. 연체율이 높은 곳에 대출을 덜 해주는 게 주주입장에서는 잉여금이 커질 수 있잖아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인데 사실은 금융산업으로 생각하면 약간 대출받기 어려운 분에게 대출해 주는 것이잖아요. 

금융산업 전체로 보면 일부 수익은 깎이지만 순이익은 결국 플러스를 유지하면 그런 은행이 필요하거든요. 

근시안적으로 보느냐 전체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일 것 같아요. 

JB금융지주는 분기별로 이사회를 열고 있는데요. 

이사회가 주주환원 정책 변화에 나설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최나리다른기사
우리銀 '시니어 잡아라'… "4대연금 받으면 5만원 캐시백"
"전세자금 안 갚을 생각 마세요"…주금공 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