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한미 형제'의 컴백…칼바람이냐 화합이냐 ['생생' 제약-바이오]

SBS Biz 정광윤
입력2024.04.04 10:30
수정2024.04.04 12:00

[앵커] 

지난달 '슈퍼 주총위크'에서 화제의 중심은 단연 한미약품그룹이었습니다. 

작고한 창업주 가족이 모녀와 형제 편으로 갈려 표대결을 한 결과, 형제 쪽이 예상을 뒤집고 완승했습니다. 

형제의 경영 복귀가 예고되는 가운데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광윤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재벌가의 집안싸움, 또 상황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 편의 드라마 같았어요? 

[기자]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원래 후계자로 내세웠던 건 둘째 딸 임주현입니다. 

바로 지난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직후 열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총에 이우현 OCI 회장 등과 함께 이사 후보로 나왔었는데요. 

표대결에서 장남 임종윤, 차남 임종훈 측이 완승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모녀가 재대결에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형제 쪽에 이사회 과반을 뺏긴 탓에 그룹 공익재단 지분을 활용할 수 없게 됐고, 추진해 오던 OCI그룹과 통합이 백지화되며 우군이었던 국민연금이 다시 편들 명분도 사라졌습니다. 

[앵커] 

당분간 승패를 뒤집긴 어렵다는 얘기인데,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승자인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송영숙 회장이고,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가 맡고 있는데요. 

형제는 지난 2월 주주제안을 낼 때 차남 임종훈 이사를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장남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대표로 하는 각자 대표 체제를 예고했습니다. 

차남이 지주사 관리를 맡고, 장남은 사업에 집중하는 구도입니다. 

이에 대해 형제 측은 "선대회장 뜻에 따른 복귀"라는 입장입니다. 

장남은 앞서 지난 2010년 부친인 고 임성기 창업회장과 지주사 공동대표로 임명됐었고, 2016년엔 단독대표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4년 뒤 부친이 별세하고 어머니가 공동대표로 나서면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는데요. 

2년 전 지주사 이사직과 대표자리를 잃었고, 지난달엔 한미약품 이사와 사장에서도 쫓겨났었습니다. 

[앵커] 

칼을 갈고 돌아왔으니, 그룹 내 변화가 상당하겠군요? 

[기자] 

형제 입장에선 당연히 장남 중심으로 승계구도 재편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첫걸음인데요. 

특히, 계열사 한미약품은 아직 모녀가 선임한 이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때문에 형제는 지주사 이사회를 통해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열고, 새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제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남 본인이 키운 계열사로 손꼽는 북경한미약품의 임해룡 총경리가 이사 후보로 거론되는데요. 

표대결에서 형제의 강력한 우군이었던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숙제인데요. 

앞서 장남이 했던 얘기를 들어보시죠. 

[임종윤 / 한미사이언스 이사 (지난달 주총 직후) : 이렇게 힘든 주총을 하게 돼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런 주총은 마지막입니다. 저희 가족도 그렇고 다른 파트너들도 그렇고 전부 화합으로 갔으면 좋겠고요.] 

관계자에 따르면 모녀의 기존 직함들은 최대한 유지하되, 실권만 형제가 가져오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다른 문제도 남아있죠? 

[기자] 

가장 큰 문제가 상속세입니다. 

애초에 갈등이 본격화된 것도 모녀가 재원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선대 회장 주식을 물려받으며 모녀와 형제, 가족 전체에 부과된 상속세가 약 5400억인데요. 

이 가운데 아직 절반가량이 남았고, 납부한 금액 중 상당 부분도 주식담보대출 등 빚을 냈습니다. 

또 회사 자체의 투자·운영자금도 필요합니다. 

특히, 한미가 자랑하는 신약개발은 장기간 막대한 투자를 하고, 결실이 나올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합니다. 

임종윤 이사는 주총 전 주주들에게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요. 

들어보시죠. 

[임종윤 / 한미사이언스 이사 (지난달 간담회) : 1조 이상 투자 유치를 할 공약을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100개 이상의 바이오약품 생산에 (투자하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돈이 나올 데가 있습니까? 

[기자] 

투자업계에선 형제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KKR과 협력을 타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자본 도움을 받아 지주사 지분 과반을 확보하되, 형제의 경영권은 보장받는 형태인데요. 

KKR이 표대결에서 형제의 우군이었던 신동국 회장과 창업주 친인척들 지분을 웃돈 주고 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형제 본인들 지분도 일부 팔고, 모녀 쪽 의사 역시 타진 중이란 얘기가 나오는데요. 

일단 장남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어머니 송 회장은 "철없는 아들들은 결국 프리미엄을 받고 해외자본에 지분을 팔 것"이라며 "아버지가 물려준 소중한 회사 지분을 팔아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형제는 "절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라고 반박했었는데요. 

모녀가 국내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를 경영에 끌어들였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형제가 본인들 말을 뒤집을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겠지만 나중에 주식을 되사는 '환매조건부'로 팔거나, 전략 투자자인 다국적 제약사와 재무 투자자 사모펀드를 함께 끼는 방식으로 논란을 우회하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정광윤다른기사
텔레그램 CEO "내용 규제하고 범죄악용 기능 삭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 소폭 하락…유지류는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