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구자은 회장에 수십억만 남긴 LS그룹의 석연찮은 실험
SBS Biz 윤지혜
입력2024.03.26 13:40
수정2024.05.28 11:07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3년 뒤 수십억 원의 현금을 받게 됐습니다. LS그룹이 도입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없애기로 하면서입니다.
26일 LS그룹에 따르면 ㈜LS, LS일렉트릭 등 LS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오는 28일 이사회에서 RSU 제도 폐지를 의결할 계획입니다.
LS그룹은 지난해 3월 RSU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성과급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대신 RSU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보통 3~10년)이 지난 뒤 자사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제도입니다.
RSU 제도 폐지 시 구자은 회장 현금 수령…현재 시세 기준 30억 원
LS그룹은 지난해 RSU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급 시점을 3년 후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2023년 4월 RSU 제도로 받은 2만7천340주 상당의 보상을 2026년 4월 지급받을 예정입니다.
LS그룹은 임원 선택에 따라 100% 주식 혹은 100% 주가 연동 현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RSU제도를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LS그룹이 올해부터 RSU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다시 현금 성과급 지급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초 구 회장이 주식으로 전환 예정이었던 RSU는 현금으로 지급받게 됩니다. 금액은 2026년 4월 전환 시점의 주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LS 주가는 어제(26일) 종가 기준 10만8500원입니다. 구 회장이 받은 주식수로 단순 환산하면 29억6천만원입니다. 물론 보상 규모는 3년 뒤 주가에 따라 늘어날수 있고,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최고가가 15만원, 최저가가 7만5천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1억원을 받을 수도 있고, 20억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승계 이슈 의식했다지만…도입 취지와는 온도 차
LS그룹은 "기존 도입 취지와 달리 오너일가 편법 승계 등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RSU 제도 도입은 임원들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함인데, 도리어 오너일가의 승계 수단이 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올 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200억 원 안팎의 계열사 RSU를 지급받은 내역이 공시되며 '승계 수단'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화그룹과 LS그룹 상황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LS그룹의 승계원칙은 장자승계를 하되 계열 분리를 통해 사촌 경영이 이어져왔습니다. 2004년부터 LS그룹의 고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의 세 장남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구자홍 회장,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각각 9년간 차례로 LS그룹의 회장이 됐습니다.
현재 LS그룹의 총수인 구자은 회장은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고, 이제 3세 승계를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입니다.
LS그룹의 말대로 '아름다운 승계'를 이어온 LS그룹이 앞으로도 그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면, 굳이 편법승계를 우려해 1년만에 관련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장기적인 성과 유도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RSU의 도입 취지와 '편법 승계 오해 불식'이라는 폐지 사유가 선뜻 연결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최근 구 회장은 다수 계열사 IPO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양손잡이 경영의 확장을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겉으로는 ㈜LS가 그룹의 대표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는 제한적이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이들 각각의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갑작스런 RSU 폐지와 공감되지 않는 폐지 사유를 두고 '사촌 공동 경영의 종말'을 섣불리 예견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LS그룹의 1년짜리 성과급 실험은 구자은 회장에 현금만 남긴 채 석연찮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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