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메타, EU '빅테크 갑질 방지법' 첫 타자…기업 분할 위기설까지?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3.26 03:47
수정2024.03.26 06:03
[EU와 애플 로고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이른바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18일만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구글, 메타를 정조준했습니다.
현지시간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알파벳과 애플, 메타 등 3개 기업이 DMA상 크게 5가지 조항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집행위는 알파벳의 구글과 애플이 외부 앱 개발자에게 적용하는 자체 규정인 '다른 결제방식 유도 금지'(anti-steering)가 여전히 DMA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규정은 애플, 구글과 같은 앱 마켓 운영업체가 외부 앱 개발자가 앱 내에서 다른 결제 방식을 선택하도록 연결하거나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수수료가 부과되는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사업방식입니다.
집행위는 알파벳과 구글이 DMA 시행 뒤 일부 규정을 수정하긴 했으나 다양한 제한사항을 계속 부여함으로써 외부 결제 방식을 무료로 안내해야 하는 DMA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애플은 이미 이달 초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서비스와 관련, 이 규정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불공정 관행'을 이유로 EU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번 조사로 앱 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구글 검색 엔진에서 구글 쇼핑·항공·호텔 등 자사 서비스를 먼저 노출하는 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지도 조사 대상입니다.
EU는 또 애플이 자사 운영체제인 iOS 기본 탑재 소프트웨어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 선택권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등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메타의 경우 최근 EU 이용자에게만 새롭게 도입한 이른바 '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 모델로 집행위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메타의 구독 서비스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 활용을 금지한 DMA 규정을 악용했다는 취지입니다.
집행위는 이날 개시된 조사를 12개월 이내에 끝낸다는 계획입니다.
조사 결과 DMA 의무사항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플랫폼 사업자는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합니다. 상습적 위반은 과징금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DMA 조사는 대상 기업의 시정조처 제출·협의·평가 등 별도의 공식적인 중간 절차가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조사대상이 된 기업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애플은 "우리의 계획이 DMA를 준수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EU 집행위가 조사하는 동안 건설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파벳도 "우리는 DMA 준수를 위해 유럽에서 서비스 운영 방식을 크게 변경했다"며 "지난 한 해 동안 EU 집행위, 이해관계자 등과 수십 차례에 걸쳐 피드백을 받고 상충하는 요구사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메타 역시 "구독은 다양한 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우리는 DMA를 비롯한 여러 중복되는 규제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 없는 구독을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태도로 미뤄보면 과징금 부과시 불복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반독점 규제에 애플과 구글 등 대상이 된 기업들이 기업 분할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EU와 미국 규제당국이 빅테크의 독점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면서 빅테크가 분할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U와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두 기업에 대한 소송이 연달아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인데, 법적 분쟁에 대한 리스크로 인해 결국 두 기업이 백기 투항하고 분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1984년 미국의 통신사 AT&T도 EU와 미국의 협공에 못 이겨 기업을 분할한 바 있습니다. 당시 2세기 최대 독점기업으로 불렸던 AT&T는 반독점 규제 당국의 공격을 받았는데, 결국 AT&T는 7개의 독립회사로 분할했습니다. 버라이즌, 루멘, AT&T 등으로 갈라졌습니다.
구글과 애플도 AT&T처럼 분할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안드로이드, iOS 생태계를 구축해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장벽이 세워진 정원'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해 구글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준 애드테크(광고기술) 사업은 반경쟁적 관행으로 가득하다"며 "판매자(구글)를 해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당국과 빅테크와의 싸움이 장기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법무부와 4년간의 법적 분쟁을 펼쳤습니다.
이번 빅테크와 규제 당국의 소송전도 MS와 비슷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유럽 지역에서는 기업 분할이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또 애플 매출의 대부분이 하드웨어 기기 판매(약 80%)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 부문과 하드웨어 부문으로 분할하라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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